최근 들어 현대중공업 SK(주)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근로자들 사이에 승진을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근로자들이 과장이니 부장이니 하는 직책이나 명예보다는 고용안정과 금전적 실익을 추구하는 세태가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임단협 상견례에서 정년을 앞둔 근로자들을 '명예승진' 시키도록 돼 있는 현재의 단체협약 조항을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승진시키지 않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현대중공업은 정년을 앞둔 근로자가 승진연한이 됐을 경우 생산직 기원(대리급)은 기장(과장급)으로,기장은 기감(차장급),기감은 기정(부장급)으로 각각 승진시켜 기본급 인상 등의 혜택을 준다. 그러나 이 경우 기본급은 오르지만 과장급 이상이 되면 시간대별 연장근로수당이 제대로 가산되지 않아 급여 총액과 퇴직금이 오히려 줄어든다. 이에 따라 생산현장에선 승진하지 않겠다는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 SK㈜ 울산콤플렉스에서는 생산직 근로자들의 승진기피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하면 노조원이 될 수 없는 데다 임금에서도 손해가 많기 때문에 고졸 사무직이나 생산직 근로자들은 아예 과장 승진시험에 응시하지 않고 있다. 과장은 노조원 신분이 아니어서 '감원대상 1호'로 낙인될 수 있다. 휴일수당 잔업수당 야간수당 등 각종 수당의 가산이 제한되고 주택수당도 없어져 경우에 따라서는 대리 때보다 월 수입이 수 십만원 줄어들게 된다. 게다가 노동조합 위주의 현장 분위기상 동료들로부터 '왕따'까지 당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과장 이하 고졸 사무직 1천5백여명도 노조원 신분에서 벗어나면 자동차 산업의 경기 여하에 따라 언제 감원 대상에 오를지 알 수 없어 승진을 두려워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공장을 지을 경우 국내 근로자들을 현지에 파견해 현지 근로자들을 교육시켜야 하는 데 파견 대상자들이 관리직으로 신분이 바뀔 것을 우려해 각종 혜택이 주어지더라도 해외 파견을 꺼린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