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이라크'에 한국 군대를 파견해서 '평화재건'에 기여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방안은 전쟁이 계속되고 있어 '전후 이라크'가 존재하지도 않는데다 이라크 민정이양 이후 사태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파병동의안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재정 코널대 정치학과 교수는 13일 오후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과 이라크평화네트워크 주최로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린 `이라크 점령과 팔루자 학살, 수감자 학대의 국제법적ㆍ문화적 쟁점들'에 관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서 교수는 "이라크 파병을 전제로 지금까지 파병지를 3번이나 번복한 정부의 파병지 조사과정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며 "정부는 매번 조사단을 파견, 안전하고 적합하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추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새로운 파병지를 모색하는 모습을 되풀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이라크에 군대를 보냈던 국가들마저도 자국군을 불러들이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와 약속을 했으니 파병을 해야 한다'는 식의 억지는 어불성설"이라며 "지금은 파병을 하느냐 여부를 갖고 논의할 시점이 아니라 파병조사단의 부실조사와허위보고 의혹에 대한 국정감사와 청문회부터 시작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정상률 교수는 "명분없이 전쟁을 시작했고 전후 처리 과정에서 이라크의 아랍이슬람문화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미국의 '이라크 안정화 정책' 및 '주권이양정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 포로에 대한 인권침해는 다른 어느 사회에서보다도 아랍이슬람문화권에서는 참기 어려운 사건"이라고 전제, "이라크 아랍이슬람문화의 특성상 짧은 기간 내에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바꾼다는 것은 매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석태 변호사는 "팔루자 민간인 사살 사건은 점령지역 민간인의 생명ㆍ신체ㆍ재산권 및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는 `전시 민간인 보호에 대한 협약(제네바 4협약)'과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 7조(인도에 반한 죄), 8조(전쟁 범죄 민간인주민ㆍ민간 대상물에 대한 고의적 공격금지)'를 모두 위반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제네바 4협약을 위반한 경우에는 국제법과 국내법에 따라 형사처벌과 손해배상이 가능하고 실제로 영국고등법원에서도 이라크주둔 영국군에 의하여 불법 구금된 뒤 사망한 이라크인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영국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