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경영학과 4학년 홍혜란씨(22)는 올들어 '아침형 인간'이자 '야밤형 인간'으로 지낸다. 새벽 5시에 일어나면 토익책부터 편다. 7시에 시작하는 학원 토익 수업준비다. 학교수업이 끝난 저녁엔 곧바로 중국어 학원행이다. 지친 몸을 끌고 집에 돌아오면 밤 10시30분. 이 때부터는 조만간 치를 중국어 검정시험을 준비하느라 불을 밝힌다. 새벽 한 두시를 넘기기 예사다. "여름방학 때는 무역실무를 배우기 위해 무역아카데미에도 다녀볼 생각"이라는게 홍씨의 말이다. '과외받는 대학생'이 늘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대학생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취업을 위해 '사교육'을 받으며 1인당 연간 1백64만원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늘어난 액수다. 대학도 취업 관련 강좌를 잇달아 개설해 캠퍼스의 학원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13일 온라인 리크루팅업체인 잡코리아(www.jobkorea.co.kr)는 지난 3월17일부터 4월18일까지 한 달 동안 국내 4년제 대학에 재학중인 1천1백71명(2∼4학년생)을 대상으로 '대학생 취업 사교육 현황과 비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조사 당시 취업을 위해 과외학습을 받고 있다는 학생이 53.2%로 지난해(53.0%)보다 다소 증가했다. ◆ 얼마나 쓰나 =대학생들이 취업과외에 쓰는 비용은 1인당 연간 1백64만원. 지난해 같은 기간(1백27만원)대비 29.1% 늘었다. △4학년 2백1만원 △3학년 1백67만원 △2학년 1백29만원 순이었다. 두드러진 점은 대학교 2,3학년생들의 취업 사교육비 지출이 크게 늘었다는 것. 실제로 취업과외중이라는 답은 3학년(54.9%)에서 가장 높았다. 경희대 국문과 김수이 교수는 "과 학생들중 2,3학년 때부터 영어나 중국어를 따로 공부하는 학생이 매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지방대ㆍ인문ㆍ사회계열이 더 막막 =취업기회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지방소재 대학과 인문ㆍ사회계열에서 과외빈도가 더 높았다. 계열별로는 △인문ㆍ사회계열 73.3% △어문계열 68.4% △상경ㆍ경상계열 57.1% △법정ㆍ행정계열 54.0% △이학계열 52.9% △공학계열 51.8% 순이었다. ◆ 학부모 과외부담 확대 =취업과외비 조달방법으로 '스스로 번 돈에 부모님 지원을 보탠다'(49.8%)와 '부모님께 의존한다'(20.9%)가 70.7%나 됐다. 반면 '아르바이트를 통해 스스로 번다'는 응답은 지난해(18.7%)보다 줄어든 17.5%로 나타나 학부모 부담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 대학도 취업 학원화 =대학도 학생 취업을 위해 취업관련 과목을 대거 개설하고 있다. 한양대는 이번 학기에 미국 변호사 겸 해외 이주업체 대표이사인 홍영규씨(47)를 강사로 초빙, '해외취업과 인턴십 개발'이라는 2학점짜리 교양강의를 개설했는데 강의신청이 시작되자마자 1분도 안돼 마감됐다. 김혜수ㆍ김현석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