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이라크에서 도망치지 말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스페인과 온두라스 도미니카 3국이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에 굴복해 이라크에서 철군했다.
이라크사태는 점점 악화되고 있어 앞으로 이라크에서 도망치는 나라들은 더 늘어갈 것이다.
나는 원칙적으로 무력사용에는 반대하지만,독재자나 학살로부터 무고한 인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무력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는다.
프랑스가 유엔동의없이 옛 중앙아프리카의 '황제' 장 베델 보카사를 쫓아냈을 때나,20년 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유엔중재없이 코소보의 인종청소를 끝내기 위해 개입했을 때도 박수갈채를 보냈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도 예외가 아니다.
이제 독재자가 사라진지 1년밖에 안됐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벌써 공포정치와 즉결 사형,고문,강간으로 각인된 사담 후세인 독재정권아래에서 얼마나 많은 이라크 국민들이 죽었는지를 잊어버린 것 같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정권이나 미얀마의 군사독재정권은 그대로 놔두면서 후세인만 왜 급하게 제거하려 했는지에 의문을 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가베가 비록 무자비한 독재자이지만,자국민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하고 이웃 나라와 끔찍한 전쟁을 벌이고 더 나아가 유엔에 도전한 폭군 사담 후세인과는 비교가 안된다.
후세인을 타도한 덕분에 평화롭고 관대하며 번영하는 새로운 이라크를 건설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극단주의자들은 이슬람 세계에서 서방의 영향력을 몰아내고 비종교적인 정권을 전복시켜 탈레반과 같은 철권통치 사회를 만들려는 자신들의 목표가 자유 이라크에서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극단주의자들은 이라크에서 서방세력을 몰아내고,중동과 동남아시아의 온건성향 정부들을 타도한 다음 철권 종교정권을 수립하려 하고 있다.
만약 이 지역에서 온건 정권들이 무너진다면,유럽 미국 캐나다 호주로 피난을 떠날 사람들은 바로 오늘날 서방의 경제·문화적 제국주의를 '악마'라고 비난하는 수많은 회교도들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이라크를 바꿔놓겠다는 미국의 원대한 야망은 실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믿을만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라크 국민의 절반 이상이 1년 전보다 살기가 좋아졌다고 밝혔다.
신문과 라디오방송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진정한 언론의 자유가 싹트고,인터넷에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게 됐으며,인권과 여성권익을 지향하는 비정부기구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이라크는 피로 얼룩진 기나긴 역사에서 처음으로 진정한 자유를 경험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이 할 일은 시아파 성직자들을 이라크의 지도자로 양성하는 것이다.
존경받는 종교지도자 그랜드 아야톨라 알리 시스타니가 아마 적임자일지 모른다.
시아파가 이끄는 정권이 미국이 원하는 비종교적이고 서구적인 민주주의 정권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지금 이라크에서 토머스 제퍼슨식의 민주주의자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또한 미국은 민주주의 도입이 이슬람의 역할을 무시하려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이라크 국민들에게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
포로 학대 사건으로 미국이 입은 상처는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처벌을 통해서만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또 앞으로 유엔이 새로운 이라크건설의 중심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
정리=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
◇이 글은 월스트리트저널 13일자에 실린 동티모르 외무부 장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호세 라모스 호르타의 기고문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