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때보다 더 힘들어요." 창업 취재를 위해 음식점을 드나들며 최근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얼마전 한 식당에서 귀동냥한 얘기 한 토막. 늦은 점심을 때우려는 택시기사가 밥맛을 잃은 표정으로 "IMF 때도 역 주변에 빈 택시가 두 줄 늘어선게 고작이었잖아요. 지금은 서너줄 늘어서서 시간만 때우고 있어요. 요금 올리면 뭐 합니까. 사람들이 타지 않는데…" 그는 오늘도 사납금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옆에 있던 식당 아주머니가 바로 맞장구친다. "이 부근 술집들도 난리예요. 접대비 기준인가 뭔가 때문에 종업원들이 다 놀아요. 근처 24시간 해장국집은 새벽이 피크였는데 지금은 전기세도 안 나온대요." 그는 술집은 물론 식당도 저녁 손님이 크게 줄었다면서 국세청에 화살을 돌린다. 단골 손님이 그 말을 듣고 소주잔을 기울이다 거든다. "철밥통들이 뭐 서민생활에 신경쓰나요. 이름만 거창하게 내놓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거 없잖아요. 안되겠다 싶으면 꼬리를 빼고…" 한때 돈을 좀 모았다는 치킨집 사장도 공감을 표시한다. "지난 번 조류독감때 방송이 닭 생매장 장면 내보낼 때마다 매출이 곤두박질치는데 환장하겠더라구요. 지금도 회복 안된데가 많아요. 강원도 원주서 자살한 치킨집 주인 심정이 이해가 간다니까요." 불황때 유독 잘 나가는 돼지고기로 성공한 프랜차이즈 본사 C사장도 목소리를 높인다. "프랜차이즈란게 뭡니까,가맹점 몇백개 늘리면 수천명이 먹고 살 터전이 생기는 거잖아요. 애국자가 따로 있습니까.근데 이 불황기에 본사 서류 파헤쳐서 추징세금 때려버리니까 휘청할 수밖에요.꼭 지금 그런 일을 해야합니까." 그는 할 말이 많은 듯하다. "지금 보세요,투자 소비 안 살아나면 경기 절대 회복 안돼요. 개혁 논쟁으로 기업하는 사람들 기 죽이고, 돈 가진 사람들 해외로 쫓아 내는데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겠어요." 민생이 죽어가고 있다는 증거는 음식점외에도 곳곳에 널려 있다. 그런데도 정치.행정권은 방향을 못잡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생활고 때문에 하나 뿐인 생명을 버리는 사람이 매일 3명,연간 1천명에 이르는 현실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