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도로와 학교부지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건설회사에 아파트 신축허가를 내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관할 지자체의 무분별한 아파트 건축허가 남발에 법원이 손해배상 결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경기 용인의 수지ㆍ죽전지역 등 수도권 난개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 민사22부(재판장 김이수 부장판사)는 13일 인천시 남동구 소래마을 풍림아파트 입주민 4백55명이 남동구청과 시행 건설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들은 가구당 50만원씩 모두 2억5천7백50만원을 지급하라"는 강제조정안을 확정했다. 1심에서는 취학아동을 둔 입주민에게는 5백만원, 그렇지 않은 입주민에게는 3백만원씩의 배상액이 인정됐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재판중 학교와 도로가 들어섰고 아파트 건설사가 모두 부도나 남동구가 배상을 책임지게 된 점 등을 감안해 배상액을 50만원씩으로 낮췄다. 재판부는 "주진입로 없이 아파트를 지을 경우 교통체증이 예상됐고 관할 교육청에서도 수차례 초등학교 부지를 먼저 확보하라는 의견을 냈는데도 불구하고 건설사가 아파트를 짓는 바람에 교통체증에다 학생들을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에 다니게 만들었다"며 "이들 사항이 위법하다고까지 할 수는 없어도 주민들의 피해를 배상할 책임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남동구는 보완조치 없이 건설사가 신청한 아파트 사업계획을 승인하고 주택사업 승인과 검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래마을 풍림아파트 주민들은 2000년 10월 입주 후에도 도로가 개설되지 않아 인천시내까지 10분 거리인 곳을 심각한 교통체증 때문에 1∼2시간씩 걸려 다녀야 했다. 또 인근에 학교가 없어 자녀들이 3km 이상 떨어진 초등학교까지 통학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