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은 고도의 전문적인 판단과 리스크를 떠안는 의사결정의 연속입니다." 한 대기업 CEO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지분 소유 대기업의 노조 인수 움직임을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소 뜬금없는 답변으로 얘기를 풀어갔다. 그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돈만 있다고 경영을 할 수는 없다'는 것.그는 '돈'이라는 것은 단순히 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 자금만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통상적인 기업인수합병(M&A)에서는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R&D)투자에서부터 일정수준의 설비 투자비까지 감안하면 실제 인수비용은 기업을 사기 위한 직접비용의 배 이상이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설사 노조가 조합원의 주머니를 털어 이 비용까지 마련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경영은 전혀 별개의 이슈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지금 세계는 전자 IT 자동차 기계 조선 중공업 등 전 업종에 걸쳐 메이저업체를 중심으로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만큼 경영도 10년 이후를 내다보는 글로벌한 시각과 해당분야에서 전문가적 식견이 동시에 요구된다는 얘기다. 다수결의 원칙으로 움직이는 노조의 운영방식을 기업경영에 적용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노조가 전문경영인을 선임해 이러한 인물을 뽑으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노조라는 존재 자체가 원천적으로 경영 리스크를 떠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기업이 문을 닫을 수 있는 위험부담을 노조가 과연 감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회사의 장기적 생존과 시장지위의 확보를 위해서는 때론 임금삭감과 같은 조합원의 단기적인 이익에 반하는 결정도 내려야 하는 게 경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최악의 경우 조합원을 스스로 구조조정해야 하는 결정을 노조 스스로 용인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노조의 경영참여도 감시와 견제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노조의 존재를 위해서도 이상적이라는 게 수십년 동안 기업에 몸담았던 그가 내린 결론이다. 이심기 산업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