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고위간부와 재계 대표들이 13일 전격 회동함에 따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놓고 마찰을 빚던 정부와 재계가 접점을 찾을지 주목되고 있다. 공정위가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축소 문제에 대해 관련부처와 협의키로 하는 등 유연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측은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는 팽팽히 맞서 논란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 금융계열사 의결권 축소 재검토될 듯 이날 회동에서 재계 대표들은 금융계열사 의결권 축소 문제와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현행 30%대에서 15%대로 낮추면 외국인의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 위협에 노출된다"며 현행 유지를 요청했다. 다른 그룹 관계자도 "의결권이 줄어들면 삼성전자뿐 아니라 현대그룹도 외국인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며 재검토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철 전경련 상무는 "각 그룹 임원들이 정부당국자 앞에서 이전과는 다르게 강한 톤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동규 공정위 독점국장은 "의결권 축소 폭이나 유예기간 설정 문제는 관련부처와 협의하겠다"며 한발짝 물러선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에서 금융계열사 의결권 문제에 대한 재검토 입장을 밝히고 재정경제부도 유예기간 등에 대해 재계 입장을 일부 수용하자는 뜻을 밝히자 공정위도 재계 요구를 재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 출자총액제한 등 이견 팽팽 그러나 공정위와 재계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 다른 현안들에 대해서는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이규황 전무는 "출자총액제한제도로 기업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며 "폐지돼야 한다는게 재계의 기본입장이지만 최소한 대규모 프로젝트만이라도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는 또 지주회사 관련 조항 등 이달초 공정위가 내놓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종합보고서를 공정위측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종합보고서를 가져가 검토해보겠다"며 즉답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국장은 "공정위가 외로운 존재이고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재벌개혁의 로드맵을 담고 있으므로 재계가 협조해 주길 바란다"며 대부분 사안을 현행대로 밀어붙일 것임을 시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재계가 이견이 있다고 해서 얘기를 들어보는 차원에서 회동하게 됐다"며 "조율과정이 필요하므로 재계의 보고서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는 재정경제부 안을 준용해 2∼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의결권을 20∼25%대로 줄이는 쪽으로 개정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정태웅ㆍ박수진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