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기각결정으로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가 63일만에 종결됐다. 국회 탄핵의결 이후 우리 사회는 엄청난 국론분열과 세대·계층·지역간 갈등은 물론 소모적 찬반 논쟁으로 심각한 혼란을 겪어야 했고 그로 인한 국력손실은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앞으로 전개될 노무현정부의 국정 2기는 이런 구태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한 새출발을 먼저 다짐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헌재판결에 모든 국민은 깨끗이 승복하고 탄핵을 둘러싼 더 이상의 논란이 없어야 한다.이를 위해 특히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정치권의 절실한 자기반성이 선행되지 않으면 안된다. 탄핵을 주도한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 시민단체 등 모든 사회 구성원들도 그간의 혼란에 대한 사과와 성찰이 필요하다. 또 잘잘못을 떠나 국정운영 방식이 탄핵의 빌미로 작용한 만큼 노 대통령도 결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우리는 오늘 있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도 그러한 인식의 바탕 위에서 앞으로의 국정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 탄핵사태의 종결이 국민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열어나가는 계기가 돼야 하고, 조속히 국정을 안정시켜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온 국민이 합심해서 노력하기 위한 통과의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우리 앞에 놓여진 최우선 과제가 경제회생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정치권이 탄핵정국에 매몰돼 정쟁만 일삼으면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와 민생문제를 방치해 더욱 증폭되어온 측면이 많다. 더구나 중국쇼크 유가급등 등 잇따른 악재마저 겹쳐 경제여건은 최악의 상태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경제가 회복불능의 수렁으로 빠져들지나 않을지 걱정된다. 따라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확고한 국정 리더십의 회복을 통해 경제 사회 전반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경제여건은 '성장이냐,분배냐' '개혁이냐,실용이냐'를 놓고 시대착오적인 논쟁이나 벌이고 있을 만큼 한가롭지 못하다. 당장 기업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해 나가는 것이 급선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계속돼온 설익은 이념논쟁이 국정방향과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안감을 조성했고,시장경제의 원칙준수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경제위기를 심화시켜 온 것도 사실이다.이런 악순환이 더이상 되풀이돼선 안될 것이다. 이제 정부는 안정되고 일관된 국정지표를 수립해 흔들림 없는 추진으로 불확실성 제거에 앞장서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한 점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국정 2기 개편은 국정 리더십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국민의 불안감 해소와 경제살리기를 위한 효율 중심의 기능 재편을 통해 국정의 컨트롤 타워로 거듭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지속성에 대한 국민과 기업,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시장경제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한다면 또다시 혼란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고 경제회생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탄핵사태로 인한 국정공백이 정부의 정책 혼선을 가져왔고 기업들을 옥죄는 설익은 정책들이 여과되지 않은채 남발됨으로써 온갖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국정이념임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정치권은 물론 정부는 이를 확실하게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야 할 것이다. 모든 경제정책은 시장경제 원리에 기초해 이루어져야만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여당이 강조하고 있는 개혁에 대한 선후와 완급조절도 필요하다. 개혁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본질적으로 민생을 외면한 개혁,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