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재판관들의 다수 의견에 따라 총론적으론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도 각론에서는 소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노무현 대통령의 선거법위반 등을 세세하게 지적했다. 헌재는 이를통해 전체적으로는 17대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 여론을 수용하면서 선거법위반 등 구체적인 법리해석 부분에서는 문제점을 분명하게 적시함으로써 법과 현실을 절충했다. 요컨대 헌재는 노 대통령에게는 대통령 권한회복이라는 실리를 안겨주면서 야당에도 "명분이 전혀 없진 않았다"는 퇴로를 열어준 셈이 됐다. 헌재 재판관들은 한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줌으로써 국론분열과 또다른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주문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주선회 재판관)는 2004년 5월14일 대통령(노무현)에 대한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한다. ◆탄핵소추 적법여부 1.국회에서 충분한 조사 및 심사가 결여됐다는 주장에 대해=국회법 규정에 의하면 국회 조사의 여부를 국회 재량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국회가 별도의 조사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다. 2.국회의 탄핵소추 절차가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됐다는 주장에 대해=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됐다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국가기관이 국민에게 공권력을 행사함에 있어 준수해야 할 '적법절차의 원칙'은 국회와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 사이의 문제인 이번 사건에 직접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헌법 제65조 탄핵심판절차의 본질 헌법 제65조는 탄핵소추 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에 대한 위배'로 명시함으로써 탄핵절차를 정치적 심판절차가 아니라 규범적 심판절차로 규정했고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법위반을 대통령 파면이유로 하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는지 여부 1. 2004년 2월18일 6개 언론사와의 기자회견,2004년 2월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한 행위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이하 공선법) 제9조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했는지와 공무원의 선거운동금지를 규정하는 공선법 제60조를 위반했는지 여부=결론적으로 대통령의 행동은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했다. 하지만 그 발언이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 정치적 중립성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때인 선거에 임박한 시기에 특정정당에 대한 지지발언을 한 것은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태로 수동적이고 비계획적으로 행해진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이 능동적·계획적으로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2.그 외 총선과 관련한 대통령의 발언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다. 3.선관위 선거법위반 결정에 대한 대통령의 행위=대통령의 이와 같은 행동은 법치국가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자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모든 공직자의 모범이 돼야 할 대통령이 현행법을 '관건선거시대의 유물'로 폄하하는 등 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공직자는 물론 국민 누구에게도 법의 준수를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4. 2003년 10월13일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한 행위=국민투표제도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남용해서는 안된다는 헌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왜냐하면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 재신임 국민투표를 단지 제안만 했다 하더라도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한 헌법 제72조에 반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5. 2003년 4월25일 국회 인사청문위원회가 내린 고영구 국가정보원장 부적격 판정을 수용치 않고 2003년 9월3일 국회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결의안을 의결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은 행위는 정치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한 것은 아니다. 6.대통령 측근의 권력형 부정부패=썬앤문 및 대선캠프 관련 불법정치자금 수수는 2003년 2월25일 대통령 취임 전 일로 대통령 직무집행과 무관하므로 탄핵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에 일어난 일,즉 최도술 안희정 여택수씨 등이 불법자금을 수수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그 행위를 지시·방조했거나 불법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소추사유가 되지 않는다. 7.불성실한 직책수행과 경솔한 국정운영으로 인한 정국의 혼란 및 경제파탄=이 부분은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소추위원단측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은 그 자체로서 소추사유가 될 수 없어 탄핵심판 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않는다. 8. 소결론=대통령의 2004년 2월18일 경인지역 6개 언론사와 가진 기자회견에서의 발언,2004년 2월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대통령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은 공선법 제9조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했다. 2004년 3월4일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결정에 대한 행위는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무를 위반했고,2003년 10월13일 대통령이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한 행위는 헌법 72조에 반하는 것으로 헌법수호의무를 위반했다. ◆결론 헌법재판소법 제34조 제1항,제36조 제3항에 따라 주문과 같이 기각하기로 결정한다. 헌법재판소법 제34조 제1항에 의하면 헌법재판소 평의는 공개하지 않도록 돼 있다. 탄핵심판에 관해서 평의의 비밀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법률규정이 없으므로 재판관 개개인의 개별적 의견 및 그 의견의 수 등을 결정문에 표시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동법 제36조 제3항은 의견 표시는 재량판단에 맡기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므로 반대의견도 표시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