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는 알 카에다를 제거할 기회를 놓쳤고 전혀 불필요한 이라크 공격을 감행해 이슬람 근본주의의 입장만을 강화했다." 클린턴과 부시 행정부에서 안보·대테러 업무를 담당했던 리처드 클라크 전 대통령 특보는 이렇게 주장한다. 부시 행정부가 알 카에다의 테러 가능성에 대한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9·11테러 이후에도 테러 대책 마련보다는 정치적 입지 강화에만 힘을 쏟아왔다는 것. '모든 적들에 맞서'(황해선 옮김,휴먼앤북스)는 그의 이같은 주장을 담고 있다. 지난 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지금까지 미국의 중동정책과 비밀작전,대테러 활동 등을 소상하게 설명하면서 이라크 전쟁의 실상을 파헤친다. 그는 "9·11테러는 저지할 수 있었다"고 단언한다.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 테러방지 대책을 세워 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보좌관과 럼즈펠드 국방장관에게 제시했지만 묵살당했다는 것.이 대책이 실행됐다면 무방비로 테러에 노출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9·11테러 이후의 대응도 부적절했다고 그는 지적한다. 저자는 "상황은 절망적이야.그들은 테러전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어"라는 2002년 당시 미 국가안보위원회 테러 담당 랜디 비어스의 말을 들려주며 이라크를 테러의 배후로 지목한 부시 행정부의 여론 호도를 폭로한다. 부시 행정부가 알 카에다를 제거해 미국내 위협요소를 일소하기는커녕 평소 반미 테러에 가담한 적이 없고 미국에 별다른 위협도 주지 않는 이라크를 공격함으로써 급진 이슬람 테러리스트를 양산하는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그는 테러에 대한 직접적 대응 외에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온건 이슬람 국가의 입지를 강화하고 정통 이슬람계와의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화해와 공존을 위한 이념적 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나간 사건들의 생생하고 속도감 있는 묘사가 두드러지며 국가적 비상상황에 대한 미국의 안보전략과 대응체계 등도 참고할 만하다. 4백45쪽,1만4천5백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