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 매입은 가정용 비디오테이프 리코더 '베타맥스' 방식이 VHS 방식에 패배하면서 계획하기 시작했다. 콤팩트 디스크를 만들 때 음반회사인 'CBS소니'가 있었듯이 만일 소니에 영상소프트웨어가 있었다면 흐름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니,할리우드를 폭격하다'(오가 노리오 지음,안소현 옮김,루비박스)는 소니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시킨 오가 노리오 명예회장이 50여년간에 걸쳐 쓴 일종의 경영일지다. 오가 명예회장은 워크맨과 CD플레이어 플레이스테이션 등을 잇따라 히트시켰다. 그는 무엇보다 하드웨어 업체였던 소니가 48억달러에 컬럼비아영화사를 인수해 소프트웨어를 겸비한 업체로 거듭나도록 이끌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자동차의 양쪽 바퀴'라는 게 그의 지론.할리우드의 메이저영화사인 컬럼비아는 2002년 '스파이더 맨'을 전세계에서 흥행시키며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이 여세를 몰아 소니는 최근 MGM마저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빅딜에 성공할 경우 소니는 할리우드의 7대 메이저 영화사 중 2개를 소유하게 된다. 영화사업에서 소니의 성공은 오가 회장의 인재육성 방안에 힘입었다. 그는 학력 무용론을 내걸고 '세계화와 지역화' 방침에 걸맞은 유능한 인재를 사내 요직에 배치했다. 신속한 판단을 요구하는 영화사업의 속성에 맞게 사내 컴퍼니제도도 도입했다. 이 책에는 음악가를 꿈꿨던 오가 명예회장이 경영과 음악을 병행하는 조건으로 입사한 경위부터 회사의 로고를 바꾸고 모험가 정신을 도입해 소니를 일본 기업의 상징으로 키웠던 일화 등이 소개돼 있다. 그는 독일 베를린 국립예술대학 음악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29세 때 입사해 34세에 이사,52세에 사장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결코 순풍에 돛을 단 듯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큰 실패와 여러차례의 좌절이 성공의 바탕이 됐던 것이다. 이 책에는 그가 겪었던 다양한 인생체험이 재미있게 풀어져 있다. 3백4쪽,1만3천9백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