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상처가 아물 시간이 필요하다..尹暢賢 <명지대 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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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憲裁)의 탄핵 기각결정과 함께 정말 길고도 길었던 탄핵정국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휴'하는 한숨이 다 나올 정도로 그동안의 진행과정은 드라마틱했다.탄핵소추를 의결한 국회에 대한 심각한 불신은 곧 열린우리당의 총선승리로 이어졌고 민노당의 약진으로까지 연결됐다. 사회주의 이념실현을 목표로 하는 정당이 무려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진기록을 남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또한 정치판의 대대적 물갈이가 진행되고 최병렬 조순형 대신에 정동영 박근혜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세대교체까지 일시에 단행됐다.
그러나 이제 노무현 대통령의 업무복귀와 함께 막을 내리는 탄핵정국은 아주 큰 후유증을 우리사회에 남겼다.
바로 갈등이다.
탄핵정국은 찬탄과 반탄의 입장을 가진 국민들 간에 심각한 갈등을 초래하게 되는 화두로 작용했다.
탄핵정국을 통해 우리는 차량접촉사고가 아니더라도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 화끈하게(?) 말다툼을 벌이고 멱살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인식하게 됐다.
소위 보수언론과 방송간의 갈등,세대간의 갈등,빈부간 갈등,나아가 이념간 갈등까지 우리사회에 잠재해 있던 갈등요소들이 탄핵정국과 선거기간을 통해 일시에 표출됐다.
그리하여 선거도 끝나고 탄핵정국도 끝이 났지만 이제 이처럼 심각하게 갈라져버린 갈등의 요소들을 어떻게 잠재우고 봉합할 것이냐라는 숙제가 우리 사회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되고 17대 국회 개원 이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들에 대한 논의가 나오면서,언론사 지분 소유제한을 근간으로 하는 언론개혁이나 특정대학교의 폐지를 전제로 한 교육개혁,그리고 계좌추적권 연장이나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을 근간으로 한 재벌개혁 등이 거론되는 것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탄핵으로 인한 상처가 아직 아물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과제들이 하필이면 국민들 간에 다시 커다란 갈등과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소지가 있는 것들이란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지금이야말로 탄핵으로 인한 사회적인 상처를 아물게 하고 봉합할 때이다.
향후 정치분야에서의 화두는 상생이 돼야 하고 경제분야에서의 화두는 민생이 돼야 한다.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면서 투자와 소비를 진작시키는 과감한 조치들이 단행돼야 할 때다.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또다시 국민들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분열을 가져올 화두들은 탄핵정국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당분간 논의를 자제하고 미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논의들을 자제시키지 않고 계속 폭발시키면 탄핵정국이 남긴 상처들이 그대로 표출되면서 더 큰 갈등을 이 사회에 야기시키게 될 것이고 상생은 물건너간 얘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민생을 위해서는 일자리창출이 우선이고 이를 위해 일자리를 만드는 궁극적 주체로서의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고취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은 65조원에 달한 반면 투자규모는 8년전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업부문에서의 양극화로 인해 제대로 이익을 내는 기업이 몇몇 기업에 한정된 상태에서 투자여력이 있는 이들 대기업의 발목을 잡는 정책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오히려 더욱 강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들 기업 중 상당수가 이미 외국인 지분이 과반을 넘은지 오래다.
만일 이들 기업의 투자를 획기적으로 진작시킬 조치가 조만간 나오지 않고 이러한 교착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유보된 자금들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확실한 배당을 통해 해외로 흘러가든지, 아니면 투자가 되더라도 해외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기업들은 그런 대로 굴러가지만 국가경제 내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과 후유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개혁이 도그마가 돼선 곤란하다.개혁은 개악이 될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
개혁이라는 이름 하에 상생이 무너지고 민생이 무너진다면 그러한 개혁은 더 이상 아무 의미가 없는 무책임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할 것이다.
탄핵정국이 남긴 후유증들이 말끔히 치유되고 상생과 민생이 진정으로 실현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