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 출신 엔지니어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일본의 다나카 고이치는 평범했던 자신이 과학에 흥미를 갖게 된 건 초등학교 4∼6학년 담임선생님 덕이라고 얘기했다. 실험을 통해 현상을 설명하고 아이들이 상상력을 잃지 않도록 엉뚱한 대답을 해도 '재미있는 발견'이라며 칭찬해준 선생님을 통해 과학적 발견의 기쁨을 익혔다는 것이다. '오체 불만족'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다타는 10cm밖에 안되는 다리로 어디든 걸어다니고 술 취한 친구를 집에 데려다주기도 하는데 이 역시 초등학교 1학년부터 4학년까지 계속 담임을 맡아 무엇이든 남의 도움 없이 혼자 하도록 가르치고 아무리 힘들어도 휠체어 없이 걷고 달리는 연습을 시킨 선생님 덕이라고 고백했다. 훌륭한 선생님이 일본에만 있으랴.학창 시절 여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고,아이 둘을 키우면서도 좋은 선생님을 많이 만났다. 몸이 불편한 제자의 자신감을 키우려 방학 내내 동시 낭송을 지도해 대회에 데리고 간 선생님,작은 선물을 '상대의 마음을 다치지 않고 거절하는 법'이라는 책과 함께 돌려보낸 선생님 등. 물론 기억하기 싫은 선생님도 있다. 1년 내내 코오르위붕겐(악보 따라 계명 부르기) 연습만 시키던 막무가내 음악선생님,수업을 제대로 안해 결국 그 과목 실력을 형편없게 만든 선생님,바깥놀이를 하기 힘든 아이가 교실 한귀퉁이에서 웅크리고 있는데도 방치했던 선생님 등.그러나 이런 선생님보다는 한사람의 제자라도 놓칠까 가슴 졸이는 선생님이 훨씬 많을 게 틀림없다. 어지럽고 가치관 또한 급변하는 세태 속에서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수업 시간에엎드려 자거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가 하면, 당연한 지적에도 반성은커녕 대드는 아이들을 보면 막막하고 한심한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선생님은 아이들의 인성 재능 인간관계에 더할 수 없이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부모 말은 안들어도 선생님 말은 듣는다고 하거니와 교사의 따뜻한 눈빛,다정한 말 한마디에도 아이들은 제자리를 찾는다. 스승의 날을 맞아 누가 뭐라고 하든 가르칠 건 가르치고,야단칠 건 야단치고,보살필 건 보살피는 참스승이 보다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