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香에 재첩 별미…석양에 물든 '五感' .. '경남 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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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물줄기를 거슬러 오른다.
고요히 흐르는 강물 옆으로 모래밭이 펼쳐진다.
모래밭은 드넓다.
바다가 생각날 정도다.
옆으로는 갈대와 대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졌다.
이따금 들리는 "철퍼덩" 숭어 뛰는 소리는 조용한 풍경화에 청각적 자극을 더한다.
여기에 향기를 머금은 바람의 손길마저 느껴지면 인간이 가진 다섯 가지 감각 중 네 가지가 만족을 얻는다.
이제 남은 감각은 하나.
미각이다.
섬진강과 화개장터가 있는 하동은 수려한 풍광만큼이나 좋은 섭생거리를 지녔다.
오감을 모두 만족시키는 고장 하동.하동엔 야생차가 유명하다.
산비탈에 제멋대로 자라난 차나무들은 분명 잘 다듬어진 볼거리는 아니다.
그러나 차는 보는 것이 아니라 향을 느끼는 것.하동의 야생녹차는 은은하고 부드러운 향과 맛을 지녔다.
하동 녹차는 9번을 덖는다.
섭씨 2백도 이상의 뜨거운 무쇠그릇에서 9번을 뒤집으며 익힌다는 뜻이다.
덖는 과정에서 녹차의 뽀얀 진액이 나와 맛을 깊게 한다.
차를 만드는 과정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기에 잎사귀의 모습도 다치지 않고 원래대로 유지된다.
하동의 대표적 먹거리는 재첩이다.
하동의 재첩국은 알싸하고 짭짤한 진국이다.
재첩이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섬진강 어귀에서 자라기 때문이란다.
물 빠진 섬진강 변에서 재첩 잡는 모습은 지나는 이의 눈길을 끈다.
넘어가는 석양이 드리우면 그 장면은 더욱 세차게 보는 이의 가슴을 두드린다.
참게 역시 하동의 내놓을 만한 먹거리에 속한다.
맑은 물에만 사는 참게는 기름기가 많고 맛이 진한 것이 특징이다.
3월부터 잡아 올리는데 알을 배는 철이 따로 없어 재수만 좋으면 언제라도 고소한 참게알 맛을 볼 수 있다.
간장을 부어 만든 '밥 도둑' 참게장 역시 하동의 별미다.
그러나 간장게장은 벚꽃축제가 열릴 때면 이미 재고가 바닥이 난다.
하동에선 이밖에도 매실과 배,자운영 이외의 비료는 일절 쓰지 않고 재배한 자운영 쌀 등도 만날 수 있다.
하동=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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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임실~남원~구례읍을 지나 하동으로 들어간다.
열차는 하루 한번 있으며 고속버스는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9시10분부터 1일 5회 운행한다.
20일부터 23일까지 4일간 하동 야생차문화축제가 열린다.
축제기간 중 맛,색깔,향 등을 가려 최고의 야생차를 선발하기 때문에 최상품 차를 만날 수 있다.
직접 차사발을 빚어보는 체험행사와 야생녹차요리강좌,다례시연 코너 등도 마련한다.
화개장터 인근 은성식당(055-884-5550)은 4~5명이 먹을 수 있는 참게탕을 4만원에 끓여낸다.
비타민여행사(02-736-9111)는 순천,보성,여수,하동을 모두 돌아 보는 1박2일짜리 열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1인당 13만5천~15만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