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한 개혁을..朴元巖 <홍익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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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과 탄핵정국이 끝나고 참여정부 제2기에 즈음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발표됐다.
집권 2기의 경제정책 방향은 민생안정을 기반으로 개혁과 변화를 원칙에 충실하게 추진함으로써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회복하는 데 두고 있다.
최근의 주가 폭락으로 나타난 고유가 충격 등 해외 악재에 대해서도 슬기롭게 극복할 것임을 피력했다.
총선 전까지만 해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6%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총선이 끝나고 집권 제2기를 맞는 현 경제상황은 별로 좋지 않다.
경제의 얼굴인 주가가 중국 쇼크,금리 쇼크,유가 쇼크를 맞아 맥없이 800선 밑으로 폭락하면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물론 중국의 긴축정책 전환이나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 및 유가 급등은 모두 세계경기의 빠른 회복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며,세 가지 쇼크로 세계경제가 당장 침체국면에 진입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 경제는 다른 나라들보다 삼각파의 충격을 강하게 받을 것이며,이미 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세 가지 쇼크 중 어느 것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우리 경제는 원유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으므로 기름값 상승은 당장 물가를 올리고 경기를 위축시킬 것이다.
또한 경기회복의 동력인 수출의 대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향후 수출 증가세 둔화가 예상된다.
주식시장도 외국자본 의존도가 매우 높으므로 미국 금리 인상과 관련한 전세계적 포트폴리오 재구성 과정에서 우리나라 주식 및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동이 예상된다.
대외 여건만 좋지 않은 것이 아니다.
대내적으로는 총체적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내수 침체와 수출 호조로 대표되는 경기 양극화는 말할 것도 없고 빈부격차도 심화하고 있으며 중소기업과 영세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정치·사회적으로는 총선 이후 여대야소로 전환하면서 보수와 진보 또는 우파와 좌파 간의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이렇게 참여정부 제2기는 시작부터 대내외적 난제를 안고 있으나 과거 여소야대 아래에서는 가지지 못했던 정치적 추진력을 얻게 됐다는 점에서 제1기와 뚜렷하게 구분된다.
이제는 야당이 발목을 잡아 정책을 추진하지 못했다는 말을 할 수 없게 됐다.
개혁과 변화의 과제는 민생경제 회복,사회부조리 척결과 같이 누구나 공감하는 과제들도 있지만 이라크 파병,자유무역협정,교육개혁,노사문제와 같이 쉽게 공감을 얻지 못하는 과제도 많다.
이번 담화에서는 개혁 추진 의지를 보였으나 쟁점 과제에 대해서는 원칙과 소신을 지켜서 추진하겠다는 기본입장만 밝혔다.
그렇다면 개혁의 원칙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향후 개혁의 원칙을 말하기 전에 지금까지의 경제 성과와 개혁 추진의 원칙을 겸허한 자세로 되돌아볼 것을 권고하고 싶다.
참여정부 1기의 경제성적은 기대 이하다.
7% 경제성장과 분배 개선을 공약했었는데 집권 1기에는 3%대의 성장과 분배 악화로 끝나고 말았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추진한 금융·기업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조적으로 취약해 총체적 양극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데 정부는 시장경제 원칙에 의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보다는 시장 자체를 개혁하려고 했다.
시장경제에서는 결과의 불평등이 초래되기 때문에 과정의 평등을 중시하는 민주주의와 마찰을 빚게 된다.
갈등이 존재할 경우 표를 생각하지 말고 법과 원칙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인기영합적 정책을 채택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수 여당의 한계를 벗어난 참여정부 제2기 개혁은 인기영합보다는 시장경제 원칙에 한층 충실하게 추진될 수 있기를 바란다.
개혁의 이름으로 밀어붙이거나 자신의 주장에 찬동하지 않는 자들을 적대시하면 대화와 타협이 있을 수 없고 법과 원칙도 지켜지지 않는다.
개방화 정책,법과 시장경제 원칙의 준수라는 개혁 원칙을 뚜렷하게 제시하고 상생과 포용의 합리적 리더십으로 임할 때 비로소 소득 2만달러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wapark@hongi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