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원자재 파동과 인력난 자금난 등 삼중고에 시달려온 중소기업들이 최근 유가 급등과 차이나 쇼크를 맞아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인들 가운데는 "이젠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사업을 접고 해외로 도피하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한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계상황에 내몰리는 중소기업들=지난 3월 중 중소 제조업체의 평균 가동률은 68.6%였다. 지난 2000년 1월 80.3%를 기록한 이후 한 번도 정상 가동률 80%를 상회하지 못했다. 특히 작년 2월부터 14개월째 60%대에 머물고 있다. 중소기업 10개 중 7개는 3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또 중소기업의 68%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절반 가까이는 금융기관을 더 이상 이용하기 곤란할 정도로 심각하다. 이처럼 중소기업들이 경영 압박을 받으면서 지난 2월 0.05%였던 중소기업 어음부도율이 3월에는 0.06%로 올라갔다. 한기윤 기협중앙회 상무는 "내수 침체 등으로 조업을 단축하는 기업이 늘면서 일부 업종의 가동률은 50%대 밑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 들어 원자재값이 평균 28% 오른 데 반해 판매가는 제 자리이고 판매대금 회수 기일마저 길어져 자금 부족으로 쓰러지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생존 위해 안간힘=원자재값은 오르는데 납품가격은 요지부동이고 시장에서 물건까지 팔리지 않자 중소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산업용 소재를 생산하는 H사는 최근 3개월새 월평균 매출이 25%가량 떨어졌다. 월 1백t의 원료를 생산해 납품하지만 채산성 악화로 매월 2천5백만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부터 외부용역을 시작했다.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가동률이라도 높이기 위해서다. 어음을 끊어주거나 장기 외상거래 등 결제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거래처를 선별해 납품가격을 5% 인상했다. 이 회사 이모 대표는 "이런 노력으로 손실부문을 어느 정도 상쇄했지만 유가 인상 등 악재가 많아 견디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고 걱정했다. 서울에서 의류를 생산·판매하는 S사 박모 대표는 "창고에 가득찬 제품 위에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며 "내수가 꽁꽁 얼어붙어 대책이 없다"고 한탄했다. ◆현실적인 대책 필요하다=국내에서 기업활동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중소기업인들은 중국이나 개성공단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국내에서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인들은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바라고 있다. 기협 관계자는 "옥석을 구분해 기술력이 있는 기업은 담보가 없더라도 회생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소기업인들은 금융권에서 일률적으로 낮추고 있는 부동산 담보비율을 기업이 투자를 목적으로 대출받을 경우 비율을 높여주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밖에 내수가 회복될 때까지만이라도 대출금 상환을 유예하고 신용보증기관에 대한 정부 출연금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