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북한산국립공원 끝자락인 경기도 남양주 울대리 사패산 기슭. 송추유원지에서 의정부 쪽으로 향하는 국도 오른편에 위치한 사패산 산자락으로 토사를 가득 실은 덤프트럭이 쉴새없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이틀 전(13일)부터 본격 시작된 사패산 터널 굴착공사에서 나온 흙을 실어내는 덤프트럭 행렬이다. 지난 2001년 6월 공사에 들어간지 3년 만에 굴착공사에 본격 돌입한 사패산 터널이 뚫리기 시작했다. "2001년 6월 착공한 뒤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2년6개월간 공사가 지연됐었죠. 지난해 말 공사가 재개돼 그동안 주변 공사를 마친 뒤 그저께부터 터널뚫기에 본격 착수할 수 있어 한시름 덜었습니다." 공사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LG건설 김문호 소장(46)은 터널뚫기를 시작하고 보니 그동안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라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총 36.3km를 6개 공구로 나눠 공사를 진행 중인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노선(일산~퇴계원) 가운데 4공구 구간은 사패산 터널(4km) 구간을 포함해 약 7.5km. 당초 2006년 6월 완공 예정이었으나 2001년 말부터 시작된 불교계와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완공시기가 2008년 6월로 늦춰졌다. 이곳 사패산 터널공사가 재개된 것은 불과 5개월 전. 지난해 12월 말까지 이곳에는 스님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공사를 막기 위해 철조망을 설치하고 '터널공사 결사반대'라는 플래카드를 건 채 농성을 벌였었다. "스님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매일 찾아와 반대하는 통에 현장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했습니다. 하는 일은 없는데 철수할 수는 없고,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었죠." 그러는 사이 인건비 시설유지비 등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 2백억원을 넘어섰다. 공사가 다시 시작된 것은 작년 12월 말 노무현 대통령이 조계종을 찾아가 불교계의 이해를 구하면서부터다. 결사반대를 외치던 환경단체의 태도도 많이 누그러졌다. 굴착공사가 본격 시작된 지난 13일에는 경기도 의정부지역 사찰 주지스님 10여명과 LG건설 현장직원들이 함께 '무사고 및 화합 기원제'까지 열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현재 사패산 터널은 2.6%가량 공사가 진행됐다. 37%가량 진행된 다른 5개 공구 공사보다 많이 늦은 편이지만 LG건설은 올해 공정률 10%를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 소장은 "땅을 건드린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했다"며 "사패산 터널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으로 경제적 손실도 컸지만 '개발'과 '환경'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교훈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