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간기업들이 경기회복을 기대,설비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천7백82개사를 대상으로 2004회계연도(2004년 4월~2005년 3월) 중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제조업 설비투자는 전년도 투자실적보다 10.1% 늘어난 11조4천9백27억엔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9년만의 두자릿수 증가율이다. 제조업계 설비투자는 디지털 가전에 몰렸으며 해외투자는 중국에 집중됐다. 또 대형 투자는 업계 공동으로 부담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업체,설비투자 주도=제조업 17개 업종별로 보면 전기 비철금속 섬유 정밀기계 등 15개 업종의 설비투자가 늘어난다. 특히 전기업계의 설비투자 규모는 박형TV 디지털카메라 등의 부품수요에 힘입어 18.3%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는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는 후지쓰가 증가율(47.2%)이 가장 높았다. 효고현에서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공장을 건설하는 마쓰시타전기도 설비투자액을 25.3% 늘렸다. 화학 및 섬유업체도 디지털 경기 호전 영향으로 설비투자계획을 크게 늘렸다. 닛산 혼다도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고 도요타도 3.4% 늘리기로 했다. 반면 신일본제철 스미토모금속 등 대형 고로 건설을 마무리한 철강업계 설비투자는 지난해보다 9.6%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과잉설비를 갖고 있는 제지업계도 설비투자계획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사업,공동투자 급증=최근 몇년 전부터 구조조정에 주력해온 제조업체들은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다른 회사와 공동 투자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진 반도체 및 액정패널 제품에서 이런 경향이 뚜렷하다. 히타치는 후지쓰와 합작 설립한 '후지쓰히타치 플라즈마 디스플레이'사를 통해 플라즈마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이다. 또 반도체 투자는 미쓰비시전기와 분담하고 있다. 도시바는 지난 4월에 착공한 미에현 욧카이치공장 건설을 제휴사인 미국 선디스크사와 공동으로 추진 중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제조업체들이 설비투자를 늘려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디지털 산업에 설비투자가 편중돼 내년 이후 수요가 줄어들 경우 공급 과잉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