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국영석유회사 시노켐(SINOCHEM)은 인천정유를 인수한 뒤 한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와 제휴 마케팅을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에 석유제품 가격경쟁,주유소 확보전과 같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인천정유에 따르면 최근 인수협상을 위해 방한한 시노켐 관계자는 인천정유 인수대금으로 제시한 6천4백40억원 외에 시설고도화 자금 등으로 1조여원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시노켐은 최근 석유유통업에 뛰어든 N사와 제휴,주유소망 확보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인천정유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시노켐은 다음주 초께 인천지방법원 측과 인수를 위한 최종 양해각서(MOU)를 맺을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고도화에 투자 확대=시노켐이 인천정유 인수대금으로 제시한 금액은 6천4백40억원. 하지만 이는 연간 22조원의 매출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최대 국영석유사 시노켐의 대한(對韓) 투자의 첫걸음에 불과하다. 인천정유 고위관계자는 "인천정유는 원유정제과정에서 생성되는 벙커C유를 고가의 휘발유나 경유 등 경질유로 바꾸는 고도화시설(탈황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중국에서 정유사 운영경험이 있는 시노켐은 부가가치가 높은 고도화시설의 필요성을 절감해 이를 위한 설비자금 1조원가량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시노켐은 인천정유의 기존 벤젠 톨루엔 자일렌(BTX) 생산시설을 대폭 확충할 생각이다. BTX를 가공해 만든 파라자일렌 등 화섬원료의 중국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정유는 하루에 27만5천배럴의 석유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이 중 BTX 생산량은 1만4천배럴 정도다. ◆가격경쟁과 주유소 확보전=시노켐이 인천정유에서 생산한 석유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한국 시장도 적극 공략하겠다는 야심을 내비침에 따라 국내 정유사와의 가격인하 경쟁 등 한판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시노켐은 인천정유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주유망 확보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현재 인천정유가 확보한 유통망은 1백50개 주유소와 20개 충전소가 전부다. SK㈜(3천7백80개·주유소 숫자) LG칼텍스정유(2천8백90개) 현대오일뱅크(2천2백개) 에쓰오일(1천4백20개) 등 다른 정유사와 비교해 턱없이 모자란다. 하지만 석유수입사 N사와의 전략적 제휴로 상황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이달 말께 양사가 업무협약 조인식을 체결하면 인천정유에서 생산한 석유제품을 자체 대리점은 물론 N사의 유통망을 통해서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석유유통업에 뛰어든 N사는 현재 50개가량인 주유소 숫자를 연내 1백개,2∼3년 내 5백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공략의 주타깃은 4백여개의 무폴(간판없는) 주유소와 매년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2백∼3백개의 농협주유(유류판매)소다. 인천정유도 경매시장 등을 통해 올해 안에 10여개의 주유소를 추가하기로 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