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바닥을 모르는 듯 추락하고 있어 보통 걱정이 아니다. 한때 930선을 넘었던 종합주가지수가 한달도 안돼 20% 이상 급락했고 시가총액도 90조원가량이 날아갔다. 그동안 증시를 지탱해온 외국인자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어 가뜩이나 힘든 경제가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감추기 어렵다. 주가가 폭락하는 것은 유례없는 장기불황이 계속되는 와중에 중국쇼크 고유가 등 외부악재까지 겹친 탓이 크다.보다 근본적 요인은 지나치게 외세에 의존해온 증시구조에 있다. 상장주식 시가총액의 42%를 움켜쥔 외국인이 매도로 돌아서자 시장이 완전히 중심을 잃고 만 꼴이다. 우려되는 것은 증시약세가 이어지면 부작용이 크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의 자산이 줄고 소비심리가 움츠러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유상증자 등 자금조달도 이뤄지지 못해 기업투자가 더욱 위축되면서 경기회복 역시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때문에 증시 폭락은 결코 좌시해선 안될 일이다.물론 정부가 단기 부양책을 내놓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장기적 차원에서 수급개선 등 시장에너지 확충을 위한 대책을 다각적으로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선 지난 2년 사이 40만명 가량이나 감소한 개인투자자들을 다시 증시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넘쳐나는 부동자금이 생산부문에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관투자가 기능을 되살려 외국인에 좌우되는 증시 현실을 개선하고 지나친 주가 급등락을 막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기관투자가 비중은 10%를 겨우 웃돌아 40∼60%에 이르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형편이다. 때문에 투신권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도 조기에 실행에 옮겨야 한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속히 구축하는 일이다.기업이 잘 되고 이익이 늘어나는데 주가가 오르지 않을 리 없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증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