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종합주가지수 마이너스 5.14%, 대만 가권지수 마이너스 5.10%, 일본 닛케이225 마이너스 3.18%, 인도 센섹스지수 장중 거래 중단 끝에 마이너스15.0%…. 아시아 증시가 17일 일제히 '블랙 먼데이'에 빠졌다. 지난 10일의 폭락장세를 일주밀 만에 재현한 것이다. 주가 하락의 주범은 외국 자금의 아시아 이탈이다. 중국의 긴축 경제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 고유가 등 3대 악재가 아시아 경제를 강타, 외국 자금이 빠른 속도로 빠져 나가면서 주요 증시를 빈사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한국 시장에서 5천억원어치를 팔았다. 대만에서는 순매도 규모가 지난 3월 3천1백억원에서 이달에는 2조원으로 확대됐다. 일본도 지난달 마지막 주에 1조3천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이후 '팔자'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 외국 펀드, 탈(脫)아시아 가속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아시아지역에 투자하는 외국 펀드의 이탈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지난주 한국 관련 글로벌펀드(일본 제외)의 아시아지역 자금유출 규모는 14억8천9백만달러로 작년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주의 유출액 4억8천4백만달러를 3배 웃도는 수준이다. 외국 펀드의 아시아 탈출은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유가 상승 등 트리플 악재가 직접적인 이유다. 특히 아시아지역은 중국 경제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강하고 대부분 원유 수입국이라는 점에서 다른 지역보다 타격이 크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국가별 악재도 한 몫 거들고 있다. 대만은 천수이볜 총통 취임을 앞두고 중국과의 긴장 고조, 인도는 좌파정권 집권, 한국은 정부의 정책방향 부재 등이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 하락 최장 6개월 지속될 수도 이날 미국 나스닥선물은 오후 들어 16.5포인트(1.18%) 급락했다. 장 초반에는 보합권이었으나 아시아 시장이 동반 폭락하면서 낙폭이 확대됐다. 아시아 시장의 하락으로 미국 시장이 위축되고, 다시 아시아 시장이 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에디 윙 ABN암로 투자전략가는 "아시아 증시는 앞으로 3~6개월간 하락 국면에 빠져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 증시는 600선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신 다비 노무라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금융시장에 비관적 전망이 퍼지고 있어 주식시장에서 시작된 하락세가 투기채와 국채시장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내놓고 있는 사상 최대 실적도 국내외 여건 악화와 외국인 자금 이탈을 견뎌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조주현ㆍ박성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