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특허기술을 제공하고 받은 돈은 13억달러에 머물렀다.
핵심 특허가 턱없이 부족한 탓에 23억달러가 유출된 셈이다.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특허를 보유 중인 미국 퀄컴사는 국내 휴대폰 업체들로부터 작년 한 해에만 4천억원의 특허료를 챙긴 것으로 추산된다.
기술경쟁 시대를 맞아 특허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선진국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신규 특허 획득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특허권을 앞세워 로열티 챙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허청이 해마다 발명의 날(5월19일)을 맞아 발명 특허 분야 유공자를 포상하고, 우수 발명품 전시회를 열며, 심포지엄 등 국제적인 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바로 지식재산권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발명의 날을 맞아 세계경제의 키워드로 떠오른 특허에 대해 알아본다.
◆ 확산되는 특허 전쟁
최근 일본 도쿄세관은 이례적으로 일본 후지쓰에 대한 특허 침해 혐의를 조사한다는 이유로 삼성SDI의 PDP 제품 수입을 잠정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PDP 분야에서 급성장 중인 한국 기업에 대한 일본 정부 차원의 견제가 본격화한 셈이다.
이에 앞서 미국 오디오엠펙과 이탈리아 시스벨은 지난 2월 거원시스템 디지탈웨이 등 한국 MP3플레이어 업체의 미국 현지법인과 바이어에게 특허 사용료를 내지 않으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위협했다.
특허 전쟁은 첨단 산업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인라인스케이트 생산업체인 K2코퍼레이션은 지난 4월 랜드웨이 비바스포츠 스포츠킹카 등 국내 14개 업체들에 고정형 소프트 부츠에 대한 기술을 도용했다며 상품 전량 폐기와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
특허 전쟁에서 지면 엄청난 특허 사용료를 부담해야 한다.
유한킴벌리가 샘 방지용 날개가 달린 기저귀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쌍용제지를 제소, 8년간 이어진 '기저귀 소송'이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쌍용제지는 유한킴벌리에 3백48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 한국 기업의 기술력 향상이 원인
국제 특허 분쟁은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저임금에서 기술력으로 이동한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분쟁에 휘말린 삼성SDI는 현재 세계 PDP시장에서 1위에 올라 있다.
일본 기업들도 갖지 못한 '3면취'(하나의 유리 원판에서 3장의 PDP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까지 개발했다.
법무법인 한얼의 손민 변리사는 "예전에는 국내 기업이 대부분 내수에 주력해온 데다 일부 대기업에서 수출을 하더라도 영향이 미미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특허기술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의 지난해 산업재산권 출원은 30만건을 넘어섰다.
기술조사를 치밀하게 하지 않을 경우 특허권을 침해하기 쉽다.
◆ 원천기술 확보가 관건
특허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의 원천기술은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수출의 10%를 차지하는 휴대폰도 국산 부품 비율은 58.6%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한국 업체들도 국산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휴대폰 세계 1위를 노리는 삼성전자는 지난 1998년 이후 이 분야에서만 국내 1만2천건, 해외 2만5천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LG전자는 지금까지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1천8백건, 1만2천건의 휴대폰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정부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특허청은 핵심ㆍ원천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R&D 투자와 특허간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는 산업자원부와 공동으로 전자정보산업계의 특허 분쟁을 다루는 '디지털 전자특허 지원센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법무법인 명신의 김명신 변리사는 "상품을 생산하기에 앞서 국내외 동종 상품에 대한 특허조사를 해야 한다"며 "정부도 중복투자가 이뤄지지 않도록 업계를 스크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승욱ㆍ임도원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