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인력이나 연구비가 턱없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이것저것 다할 수가 없습니다.항암제나 항생제 등 자신있는 분야만 특화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국내 제약 역사 1백6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을 승인받은 공로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양흥준 LG생명과학 대표이사(58)는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LG생명과학은 지난 99년12월 FDA에 퀴놀론계 항균제 '팩티브'의 신약 승인을 신청했지만 일부 부작용에 대한 연구 부족을 이유로 거부당했다. 그 후 재도전한 끝에 2003년 4월 마침내 승인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세계 퀴놀론계 항균제 시장은 2002년 기준으로 연간 40억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향후 팩티브의 판매가 본격화되면 연간 8백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인 양 대표는 지난 81년 선임 연구원으로 한국 최초의 기업 부설연구소인 럭키중앙연구소와 인연을 맺었으며 89년 미국 워싱턴대학에서 생물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특허기술정보 활용 네트워크 구축과 선진 지식재산관리시스템 운영 등을 통해 신기술의 독자 개발과 지식재산 권리화를 적극 추진해 왔다. 지난해 팩티브 연구진에 포상금 7억4천1백만원을 포함,관련 유공자들에게 총 22억5천2백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LG생명과학은 지금까지 7백68건의 국내 특허와 1천3백80건의 해외 특허를 출원 및 등록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신약 개발을 '불확실성과의 싸움'으로 보고 있다. 시험관 속에서의 효력과 안전성 검정,동물 몸속에서의 효력 및 안전성 검정을 거쳐 인체 내에서의 효력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시험에 성공하더라도 허가 단계에서의 불확실성이란 숙제가 남아있다. 이 뿐만 아니다. 어렵게 허가를 받아 시장에 신약을 내놓더라도 부작용이나 약효문제가 불거질 경우 그간의 투자가 헛수고가 되기 십상이다. 물론 시판에 성공하면 엄청난 이익을 올릴 수 있다.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미국내 1천8백여개 바이오 벤처기업 중 나스닥에 등록된 곳은 약 3백개사이며 이중 이익을 꾸준히 내는 곳은 20여개에 불과하다. 이같은 현실에서 LG생명과학은 매년 6백억원 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올해 예상 매출액 1천4백억원의 40%가 넘는 규모다. 양 대표는 연구개발중인 몇몇 신기술 제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1주일에 한번만 주사하면 되는 인간 성장호르몬은 임상 2상이 진행되고 있다. 임상 1상에 들어가 있는 B형 간염치료제는 기존 치료제의 한계인 독성,재발 가능성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알파 감마 인터페론과 백혈구 증강제 '류코젠' 등도 해외에서 임상시험중이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