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체코 프라하 태생의 안무가 지리 킬리안은 현대 무용계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린다. 철학적 메시지를 독특한 유머감각으로 풀어내는 것이나 작품을 공연할때마다 보여주는 새로운 테크닉과 기발한 상상력은 누구도 흉내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킬리안이 이끄는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 Ⅲ)가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NDT는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출신 무용가 18명이 중심이 돼 지난 59년 창단된 무용단체.75년 킬리안이 예술감독으로 취임하면서 세계 정상급 무용단으로 자리잡았다. NDT Ⅲ는 NDT 산하 3개 무용단 중 가장 노련한 베테랑 무용수들로 구성된 단체로 이번 공연에서 모두 세 개의 작품을 선보인다. '생일(Birthday)'은 삶에 대한 통찰을 킬리안 특유의 유머를 곁들여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마치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느낌을 준다. 킬리안이 아내이자 NDT Ⅲ의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는 사빈 쿠퍼버그를 위해 만든 '시간이 시간을 필요로 할 때'는 남녀 무용수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편곡한 피아노 선율에 맞춰 몸으로 인생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비틀거리기도 하고 흐느끼기도 하고 주저앉기도 하는 여자 무용수를 남자 무용수가 계속 일으켜 세우는 동작을 통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주저앉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는 게 인생'이라는 메시지를 표현한다. 특이한 마스크를 쓴 무용수가 등장하는 '두 얼굴'은 위선을 벗어던지고 순수한 얼굴로 마주선 뒤에야 진정한 사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지난 93년과 99년 두 차례나 최우수 안무가상을 수상한 킬리안은 오하드 나하린과 나토 두아토 등 후배를 세계적인 안무가로 키워내기도 했다. (02)580-1300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