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lee@woorisec.com 며칠 전 일이다. 비온 뒤 봄날 아침의 상큼함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걸어 가던 중,꽤 알려진 택배업체의 소형트럭이 인도를 반쯤 점령한 채 주차돼 있어 사람들이 옆으로 돌아서 다니고 있었다. 약간은 언짢은 기분으로 트럭을 살펴보니 뒷면에 운전자의 이름이 적힌 사진이 떡하니 붙어 있는 게 아닌가. 아마도 이는 운전을 하면서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말라는 회사의 의도와,이렇게 함으로써 얻게 되는 일종의 홍보 효과를 노린 마케팅 기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정작 운전자는 회사 정책에 반하는 행위로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니,회사가 이를 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자못 궁금했다. 오지랖 넓게 그 회사에 알려줄까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는 그때,앞서가던 30대초반 가량의 젊은이들의 말이 귀에 들어왔다. 그들은 직원 사진을 차 뒤에 붙여놓는 것은 인격과 초상권에 대한 침해라고 단정짓고 회사의 월권이자 횡포라고 개탄하고 있었다. 동일한 사건과 사물에 대해 보는 시각이 이렇게 판이한 데에 내심 놀라면서 그 말을 곰곰이 되씹어 보았다. 그들은 분명 어떤 회사의 직원일 것이고,그래서 언제든지 그러한 횡포(?)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한편으로는 피해의식만 가진 소극적 의식의 소유자가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나 역시 보행자로서의 피해에만 분노(?)했고,회사의 마케팅 정책과 그 역효과에만 관심을 보였던 것은 경영자의 시각에 한정되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나는 그 젊은이들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보다는 비판적이고 방어적인 태도에 머무는 것 같아 못내 아쉬웠다. 하루하루가 싱그러운 요즘이다. 살아가는 주변은 복잡다단한 문제들로 이어지지만 가로수들은 연일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역동적으로 뿜어내는,참으로 흐뭇하고 즐거운 계절이고,이는 젊음의 표상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수록 노파심과 걱정이 늘어난다고 했던가. 최근 현실을 힘들어하고 그 원인을 자신이 아닌 외부와 주변에 돌리려는 일단의 젊은이가 비록 다수는 아니겠지만 적지 않게 존재함을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지금이라도 그들이 트럭 뒤의 사진을 가족사진으로 바꾸어주도록 회사에 요구하는 적극성을 갖추고,문제의 원인을 본인 스스로에게서 찾고 또 찾아 노력하는 선도적인 사람으로 자리매김해주기를 바란다. 즉,몇 해 전 한 종교단체의 캠페인문구(내 탓이오!)를 한번 실천해 봄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