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36달러(두바이유 기준)를 넘어서면서 군에 비상이 걸렸다. 군의 특성상 유류소비량이 많기 때문에 최근 고유가 사태로 인해 기동훈련 등에 커다란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 유류 예산을 배럴당 22달러 선에서 편성한 국방부로서는 예상밖의 복병을 만난 셈이다. 국방부는 지난 17일 이영환 획득실장 주관으로 고유가 대책회의를 갖고 유류 절약을 위한 각종 방안을 논의했다. 국방부 이기영(육군 대령) 물자 과장은 "국제유가가 연평균 32달러 선을 유지할 것으로 분석, 올해 1백8만드럼의 유류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각종 절약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군은 우선 모든 군 부대의 작전ㆍ훈련시 중장비 등 지상장비 운용을 최대한 줄이고 대대전술훈련을 공중 및 지상합동훈련과 병행하거나 축소키로 했다. 3군중 유류 소비량이 가장 많은 공군은 이미 '절약형 비행훈련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연간 2백50만드럼(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포함)을 사용하는 공군은 유류 사용을 10%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비행훈련 등에 적용하고 있다. 비행훈련시 기지에서 가장 가까운 공역(空域)을 사용하고 런업(지상작동)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또 지금까지 각각 실시해 오던 공중요격, 전투기동, 항법, 사격 등의 훈련을 동시에 실시하는 '복합과목훈련'을 도입키로 했다. 공군은 앞으로 유가가 계속 급등할 경우 비행기량유지훈련만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행훈련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연간 1백50만드럼의 유류를 사용하는 육군도 별도 에너지절약 실천계획을 수립해 사단기동훈련을 야외기동훈련(FTX)과 통합하거나 독수리 연습 및 호국훈련과 병행해 실시하는 등 유사훈련을 통ㆍ폐합하기로 했다. 육군은 또 주둔지 주변 근거리 훈련장에서는 가급적 도보로 이동하고 4명 이상이 1백50㎞ 이상 이동할 때만 헬기에 탑승할 수 있도록 하며 영내 거주 장군들의 경우 승용차 대신 통합버스를 이용토록 했다. 연간 1백만드럼을 쓰는 해군도 당초 연간 8회 실시할 계획이었던 대잠수함 훈련을 해상 4회, 도상 4회로 조정하고 함대기동훈련과 전단기동훈련을 통합, 실시하며 교육훈련시 시뮬레이션을 적극 활용키로 했다. 이밖에 골프연습장과 테니스장 등 체육시설의 경우 야간 전기사용을 통제하기로 했다. 가로등을 비롯한 조명시설에 시간대별 타이머를 장치하며 노후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은 회수해 폐기토록 했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