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막을 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제주 총회를 취재하고 난 느낌은 한마디로 '뿌듯하다'는 것이다. 존 테일러 미국 재무차관이 마지막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된(incredibly well-organized) 행사였다"고 평한 것은 과장이 아니라고 본다. 기자가 만난 다른 참석자들도 내용이나 운영면에서 과거 어떤 국제 행사보다 나았다고 입을 모았다. 행사 후 만난 주최측(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터키 인도 등 추후 개최국 관계자들이 어떻게 하면 이렇게 훌륭하게 행사를 치를 수 있느냐며 자료 요청을 해오고 있다"고 피곤도 다 잊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 번이나 '커튼 콜'이 터진 프리마돈나 신영옥씨의 개막식 공연,참석자들이 국제적인 금융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매일 밤의 대형 리셉션,1천1백60명에 이르는 행사 진행 요원들의 친절 등은 61개국 3천2백여명의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을 것임에 틀림없다. 개최지인 제주도도 오랜만에 활기를 찾은 모습이었다. 행사장인 국제컨벤션센터(ICC) 주변 중문단지는 물론 서귀포시,멀리는 제주시까지 참석자들의 발길이 닿으면서 지역 경제가 숨통을 트는 느낌이었다. 특산물인 '한라봉'을 판매하는 윤미영씨(여·37)는 "지난 1월 한라봉을 수확하고 못판 물량이 상당수 됐는데 이번에 대부분 처리했다"며 싱글벙글했다. 그러나 '옥에 티'라고나 할까. 약간의 아쉬움도 남는다. 자원 봉사자인 강미현씨(27)는 "지역 경제를 생각한다면 현지에서 뽑을 수 있는 인원은 현지에서 충당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에서 운전기사 등 비(非)전문적인 분야 인원까지 항공료와 숙박비를 물어줘가며 채용해 데려 올 필요는 없는데,주최측이 개최지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외국인들을 위해 국내 금융회사들의 호텔 예약분을 일괄 취소시킨 것도 '관치(官治)'의 아픔을 갖고 있는 국내 금융인들에겐 어쨌거나 즐겁지 못한 기억으로 남을 것같다. 정부가 주최하는 국제 대규모 행사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아쉬웠던 부분들을 차차 보완했으면 한다. 박수진 경제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