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거래신고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는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일부 아파트는 소폭 상승하는 등 신고제 시행 4개구 중 유일하게 '요지부동'하는 모습이다. 18일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주택거래신고제 시행 지역으로 지정된 이후에도 강남구 일대 주요 아파트값은 보합 내지 소폭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주택거래신고 지역 지정 4주째인 지난주에도 0.09%의 상승세를 유지하며 유일하게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은 지역으로 남아있다. 이 지역 대표 단지들의 아파트 값은 오히려 호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개포우성 45평형의 경우 신고지역 지정 이후인 이달 들어 2천5백만원가량 오른 14억2천5백만원으로 호가가 뛰었다. 타워팰리스3차 66평형과 74평형도 신고제 시행 이후 가격이 올랐다. 지난 4월 중순께 18억2천5백만원선이던 66평의 호가는 18일 20억5천만원으로 2억2천5백만원가량 뛰었으며 74평형도 4월 중순보다 3억4천5백만원 오른 22억5천만원의 호가를 보이고 있다. 이들 단지들의 나머지 평형들도 신고제 시행 직전의 가격을 4주째 유지하는 견고한 보합세를 나타내며 강남구의 하락세 반전을 막고 있다. 이처럼 강남구가 주택거래신고제 영향을 덜 받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사업 추진 중인 재건축 단지가 적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송파구와 강동구의 경우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이 일시에 빠지면서 하락세가 두드러진 데 반해 강남구는 이미 상당수 아파트가 재건축 추진을 완료한 데다 고가 아파트가 방어선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과장은 "재건축 밀집단지들은 신고제와 개발이익환수제 등의 영향으로 낙폭이 두드러진 데 반해 강남구는 재건축 추진 단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가격저항력이 강한 대표 단지들이 많아서 타격을 덜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이 단순한 호가 상승에 의한 착시현상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시세 문의에 대해 일부 중개업소에서는 신고제 지정 이후 거래가 뚝 끊겼는데 어떻게 시세가 형성될 수 있겠느냐며 반문하는 분위기다. 거래가 뜸한 가운데 일부 매물이 소화되면서 자금 여력이 있는 투자자들이 호가를 띄우기 위해 가격만 올려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타워팰리스3차 74평형의 경우 최근 2차 74평형이 24억원에 거래되면서 거래 여부와 관계없이 최고 호가가 24억∼25억원선까지 뛰었다. 이에 대해 도곡동 팰리스부동산 관계자는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시세로 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신고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꺾이기보다는 조금씩 상승하는 움직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