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의 발달로 현대인의 생활은 갈수록 편리해지고 있다. PC는 간소화돼 손목에 차는 형태가 된다. 사이즈만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기능도 복합화된다. 일례로 언제 어디서나 혈압 및 당뇨측정 자료를 무선인터넷으로 전송해주는 의료기능을 갖춘 손목시계형 PC가 곧 등장할 전망이다. 또 주부 역할을 대신해 빨래나 청소를 척척 해낼 지능형 로봇도 개발 중이다. 요즘 대형할인점에서 장을 보는 것이 일반화됐다. 그러나 바코드로 일일이 물건 가격을 찍으면서 계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계산대에 손님이 밀리게 마련이다. 이 같은 문제도 물건을 살 때 전자태그를 내장한 전파인식(RFID)기술을 이용하면 사라지게 된다. 물건을 산 뒤 계산대를 통과하면 곧바로 구입가격이 계산되고 약정된 계좌를 통해 대금이 자동으로 결제된다. 이처럼 꿈을 현실로 만들 멋진 미래세상을 가능케 하는 주된 동력은 IT다. IT강국인 한국에선 IT분야가 수출과 경제를 떠받치는 든든한 축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한국의 IT수출액은 지난해 5백79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30%를 차지했다. 오는 2007년에는 1천1백억달러 달성으로 세계 5대 IT강국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정보통신부는 IT산업이 견인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고지달성을 위한 이른바 '8-3-9 전략'을 최근 발표했다. 이 전략이 2007년까지 성공적으로 수행되면 이후 10년에 걸쳐 무려 1백11조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8-3-9'는 한국이 IT분야에서 집중적으로 개발할 8대 서비스,3대 인프라,9대 신기술·제품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8대 서비스는 △2.3GHz(기가헤르츠) 휴대인터넷 △위성 및 지상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홈 네트워크 △RFID △광대역 부호분할다중접속(W-CDMA)△지상파 디지털TV △텔레매틱스 △인터넷 전화를 말한다. 3대 인프라는 △통신과 방송 전용망을 합친 광대역 통합망 △유비쿼터스 센스 네트워크(USN) △용량이 무한대인 차세대 주소체계 IPv6다. 9대 신기술·제품은 △차세대 이동통신 △디지털TV △홈네트워크 △IT SoC(시스템온칩) △차세대PC △임베디드 SW △디지털 콘텐츠△텔레매틱스 △지능형 로봇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처럼 야심찬 전략의 추진과 함께 논의가 필요한 분야가 있다. 바로 '정보보호'다. 최근 문제가 된 한 이동통신회사의 휴대폰 송금 인출사고나 지난해 초 발생한 '1·25 인터넷 침해사고'는 아무리 훌륭한 IT인프라나 기술도 정보보호가 취약할 경우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생생하게 증명하는 사례다. 8-3-9 전략의 기반과 서비스는 지금보다 더욱 큰 용량의 데이터를 더욱 빠르게 송신할 전송망을 근간으로 한다. 또 PC나 서버간 연계도 늘어나면서 유무선 네트워크도 확대돼 일단 사고가 났다 하면 대형 침해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 같은 전략 추진과 연계한 모든 단계에 정보보호가 구현돼야 진정으로 안전하고 편리한 인터넷 세상을 구현할 수 있다. 지난 4월 말 8-3-9 전략 발표와 비슷한 시기에 시민단체,기업,학계 전문가가 참여한 정부혁신분과위원회에서는 개인정보 보호가 공공 정보화사업의 필수 전제가 되어야 하며 프라이버시 보호기술의 한국화를 통해 세계시장을 선도해 가자는 논의가 진지하게 진행됐었다. 같은 시기에 개최된 제10회 정보통신망 정보보호 워크숍에서도 'IT신성장 동력과 정보보호'란 패널토의가 열리는 등 정보보호를 주요 IT 프로젝트에 필수적으로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전략의 세부 프로젝트 추진과정부터 정보보호 전문가들이 참여해 애당초부터 실질적인 정보보호 요소를 고려하는 작업을 병행해 나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세계 최고의 IT인프라를 지닌 한국은 첨단 IT기술의 테스트 베드(시험장)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따라 다국적 기업들은 세계 최첨단 IT기기와 서비스를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이거나 서비스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최고 IT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8-3-9전략과 정보보호를 함께 추진해 간다면 우리나라는 'IT 강국'이란 칭호에 '정보보호 강국'이라는 또 다른 타이틀을 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