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개혁의 핵심 아젠다로 추진해온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책이 18일 국무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음에 따라 그 배경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동부가 밝힌 '전환대책'에 재계가 강하게 반발해왔다는 점과 관련,정부가 개혁 드라이브의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노동계가 반대하는 파견근로에 대해서도 재계 입장을 적극 수용,파견근로자 허용업종(현재 26개)을 모든 업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7일 경제상황점검회의에서 "재계 의견을 수렴해 시장개혁과 규제완화를 하라"고 행정부에 지시한 것과 맞물려 경직된 노동시장을 '수술'하는 작업이 본격 착수되는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재계 의견 수렴' 여부에 관심 노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던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연기시킨 것은 일단 경제를 살리려는 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노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한 이후 처음으로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민간기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결정을 보류시킴으로써 재계의 우려를 어느 정도 덜어냈기 때문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민간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관계부처와의 협의 등을 거친 뒤 정부안을 재확정해 국무회의에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가 관건 노동계는 최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부실기업 인수 등 경영참여 △종신고용 보장 등 목소리를 계속 높이고 있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법과 원칙'을 철저히 관철시키면서 노동계의 요구를 뿌리치든가,아니면 '타협'을 강조하면서 재계의 양보를 얻어내는 방안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비정규직 대책을 확정하지 않은 데에는 재계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묘책을 찾아보라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의 금리인상설과 고유가,중국쇼크 등으로 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지는 마당에 비정규직 문제를 섣불리 다룰 경우 경제를 더 깊은 수렁속으로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 방안(노사개혁 로드맵)에서 노조의 무분별한 파업을 최소화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참여 등 변수가 많아 논의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경제위기 여부가 '잣대' 노 대통령은 지난 15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경제에 대한)비관적인 전망을 확산시켜 지나친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위기를 확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가 안정국면으로 접어들면 개혁의 고삐를 바짝 죌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 대목이다. 외부 악재들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노동정책이 다시 '개혁(분배)'을 강조하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윤기설 노동전문·현승윤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