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탈멀티텍의 주가가 거래 첫날인 18일 공모가를 밑돌았다. 첫 거래에서 공모가가 붕괴된 것은 올들어 두번째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공모주 '대박 신화'가 깨지면서 IPO(기업공개)시장도 침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디지탈멀티텍은 이날 공모가인 3천7백원보다 10% 낮은 3천3백30원에 거래를 시작해 하락을 거듭,공모가 대비 16% 하락한 3천1백원에 장을 마감했다. 공모주 투자자라면 앉은 자리에서 10% 이상 손실을 본 셈이다. 첫 거래 때 공모가가 붕괴되기는 지난 1월26일 태화일렉트론 이후 두번째다. 올들어 신규등록된 종목들의 주가는 대부분 부진하다. 지난 2월 이후 시장에 들어온 9개 종목 중 빛과전자 디에이피 삼진엘앤디 등 3종목(17일 종가 기준)만 공모가를 넘어섰을 뿐이다. 가장 최근에 등록된 대주레포츠와 키움닷컴은 각각 48%, 33% 하락했다. 새내기주들의 약세는 시장 침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시장흐름을 감안하지 않은 채 공모가를 높여 잡아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한 애널리스트는 "셋톱박스의 선두권 업체인 휴맥스한단정보통신의 주가가 6천원대,2천원선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문 3위권인 디지탈멀티텍의 공모가는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신규종목 주가는 유사업종 등록업체와의 가치비교를 통해 산출되는 경우가 많다"며 "유사업종 주가가 3주 전보다 30∼40% 이상 떨어졌는데 당시 측정한 공모가를 적용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신규등록주 부진으로 공모를 앞둔 업체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미 공모가를 결정한 업체들은 공모주 청약때 경쟁률이 낮아져 등록 이후 주가에 악영향을 받지 않을까 고민 중이다. 공모가를 결정하지 않은 곳은 시장 침체가 지속될 경우 자신들의 희망가격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공모가가 결정될까 우려하고 있다. 공모를 앞둔 한 증권사 IPO 팀장은 "현 상황이 그대로 지속될 경우 일반투자자는 물론 주간사나 기관투자가들의 손실이 불 보듯 뻔하다"며 "장세를 봐가면서 공모주 청약일정을 하반기로 연기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귀띔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