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神話' 4년간 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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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신화가 4년간 더 이어지게 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78세라는 고령에도 불구,5기째 연임된 것은 정치권과 경제계가 여전히 그린스펀 의장을 강력히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인기비결은 경제문제의 정치적 이용을 철저히 배제하고 시장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원칙 고수가 성공비결=그린스펀 의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경제의 최대 실력자다.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처음으로 FRB 의장에 지명된 뒤 현재까지 무려 4명의 대통령으로부터 '경제수장'으로 인정받은 것이 이를 입증한다.
뉴욕은 물론 세계증시도 대통령의 장황한 연설보다는 그린스펀의 짧은 말 한 마디에 더 출렁거렸다.
그가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무엇보다 경제문제의 정치적 연루를 배제하고 시장원칙을 고집스러울 정도로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실패 위기에 몰린 조지 부시 대통령의 통화량 확대요구 일축(92년),빌 클린턴 대통령의 금리인하 요구 거절(93년),클린턴 대통령의 통화량 확대요구 거부(96년) 등은 그린스펀의 시장원칙 고수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고령에도 불구,참모들이 작성한 보고서에 의존하기보다는 직접 자료를 챙기는 성실함도 그의 의장직 장수비결이다.
소신과 고집스러움,철저함에서 생겨난 영향력이 소위 '그린스펀 효과'를 낳은 것이다.
◆최장수 FRB의장 기록 세울듯=그린스펀이 재지명됨으로써 FRB 의장직 최장수 기록의 경신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FRB 의장직을 가장 오래 유지한 인물은 해리 투르먼 전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 의장(재임기간 1951∼1970년)이다.
그린스펀 의장의 전임자인 폴 볼커는 79년부터 87년까지 8년간 의장직을 맡았다.
만약 그린스펀이 2006년 여름까지 의장직을 유지할 경우 '최장수' 타이틀의 주인공이 바뀌게 된다.
그린스펀의 의장직 임기는 2008년까지다.
하지만 현행 법률상 FRB 이사 임기가 14년으로 제한돼 있어 그린스펀은 2006년 1월까지만 의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
규정상으로는 그린스펀 의장이 최장수기록을 경신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차기 대통령이 후임자를 지명하지 않는 편법을 통해 그린스펀 의장이 임기를 다 채우도록 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물론 그린스펀이 고령 등을 이유로 이사임기가 끝나면 스스로 의장직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그린스펀의 뒤를 이을 차기 FRB 의장 후보로는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부시 재선시),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존 케리 당선시)이 유력인물로 거명되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