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물의 가치 평가를 의뢰받은 감정기관이 이 담보물의 소유관계까지 확인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24부(박삼봉 부장판사)는 19일 "담보물을 감정평가하는 과정에서 리스한 기계의 소유권을 확인하지 않아 거액의 대출 손실이 발생했다"며 우리은행이 한국감정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97년 3월 C전자로부터 공장부지와 건물,기계를 담보로 대출을 요청받고 한국감정원에 담보물 감정을 의뢰했다. 우리은행은 이를 기초로 C사에 1백억원을 대출해줬으며 이 중 기계류에 대해선 감정평가액(39억원)의 60%인 23억5천여만원을 대출해줬다. 그러나 감정평가 대상이 된 C사의 기계 3백41대 가운데 3백18대는 C사가 한국개발리스에서 빌린 리스 기계였다. 99년 8월 C사의 부도로 담보물들이 경매에 부쳐지자 한국개발리스가 기계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고 담보물을 날리게 된 우리은행은 "한국감정원이 감정평가서에 리스 물품을 따로 구분하지 않아 잘못된 대출이 이뤄졌다"며 23억5천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관련 법률에도 피고가 감정대상물의 권리관계까지 확인할 의무는 규정돼 있지 않고 소유권은 감정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피고에게 감정 대상물의 경제적 가치 평가 외에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 소유권까지 확인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