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얼마전 경매시장을 다루는 특집기사에서 '중화(中華)사상'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세계 양대 경매시장인 소더비와 크리스티에서 명나라 도자기가 최고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데 중국사람들이 싹쓸이하다시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이같은 골동품 수집은 단순한 부의 과시나 지적 욕구 차원이 아닌 중화사상의 부활이라고 분석했다. 중국경제가 강해지면서 중화사상의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문화·역사적인 사안을 두고 우리와 마찰이 빈번해지고 있는 것이다. 금속활자와 측우기를 중국이 먼저 발명했다고 우기더니 고구려를 중국역사의 일부라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최근들어서는 단오절이 자기네 문화유산이라며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 등록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심지어 언론 등을 동원해 한국이 문화약탈을 감행하고 있다고 거세게 몰아붙이는 지경이다. 물론 중국에도 단오절이 있다. 그러나 강릉단오제와는 기원과 풍습이 다르다. 중국단오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는데 중국 초나라의 문장가인 굴원이 모함을 받아 유배생활을 하던 중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물에 빠져 목숨을 끊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런 까닭에 룽저우(龍舟)라 해서 용처럼 생긴 목선을 타고 우승을 다투는 경기가 생겼다. 그렇지만 강릉단오제는 민간신앙이 결합된 향토축제의 성격을 띠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큰 재앙을 막기 위해 대관령 서낭당에서 서낭신(신라의 명장 김유신) 등을 모셔와 단오절에 제사를 지낸다. 해안가인데도 물과 관련된 행사는 없고 관노가면극 그네타기 씨름 농악 등을 즐긴다. 다만 '창포'만이 같을 뿐인데 중국사람들은 창포를 문에 꽂아 액귀를 막았으나 우리네 부녀자들은 머리에 윤기가 돈다 해서 창포물로 머리를 감았다. 단오절에 대한 한·중간의 갈등이 고조되자,유네스코는 두 나라가 공동으로 무형문화유산을 등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문화유산은 한 나라의 전유물이 아닌 다른 나라에도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중국의 배타적인 중화주의가 이웃 나라의 문화침탈로 이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