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비정규직 해법 시장에 맡겨라 .. 南盛日 <서강대 교수ㆍ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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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했다.이에 따르면 우편집배원 영양사 사서 등이 공무원이 되고,환경미화원 도로보수원 등이 상용직으로 바뀌는 등 3만2천여명의 신분이 바뀐다 한다. 해당 근로자들로서야 환영할 일일지 모르겠으나 이번 정부대책은 경제전체를 위해서는 매우 불행한 일이다.
이번 정책은 지난 수년간 추진해온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일 뿐 아니라 그동안의 공공부문 인력관리 정책이 잘못됐음을 정부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예컨대 집배원이나 영양사 등은 민간부문으로 아웃소싱하는 것이 국제적 추세다.다른 나라들은 이렇게 해서 작고 효율적인 정부로 거듭나고 있다.
DJ정부에서도 구조조정을 통해 집배원 수를 줄이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제와서 다시 공무원화한다는 것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가 하면 고용보험 업무를 담당할 공무원이 부족해 직업상담원이 그동안 이 업무를 처리해왔다는 이유를 들어 직업상담원을 상용직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직업상담원의 수요가 없으면 줄여야 옳지 타 업무를 맡는다고 상용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인력관리의 기초를 흔드는 일이다.
이처럼 방만하게 인력을 운용하고서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신분을 전환시킨다면 그 부담은 누가 질것인가.이번 대책으로 인해 늘어나는 부담이 5년 뒤면 매년 1천6백억원씩이라 한다. 철밥통 숫자는 늘어나고 이를 짊어져야 하는 국민은 허리가 휘어진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정부대책이 비정규직 모범답안으로 다른 분야까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공기업 및 산하기관은 '정부대책을 참고'해 기관별로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의 경험에서 '참고'가 '강제'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다 안다.
또 민간부문에서는 노동조합이 정부대책을 들먹이며 기업을 압박할 것이다.
정부의 위세를 등에 업은 힘센 노조의 압력 앞에 잘못된 처방약인 줄 알면서도 삼킬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 우리 기업의 가련한 모습이다.
이번 대책 발표와 함께 정부는 비정규직과 관련한 법제를 정비하고자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하고, 근로자파견법을 개정하겠다 한다.
법 정비의 주요 내용은 차별을 금지하고 무분별한 남용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사용을 남용이라고 보는 부정적 시각은 문제가 있다.
선진 각국에서는 지난 십수년간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당당한 취업형태로 성장하도록 돕고 있는데 우리는 어떡하든지 더 규제를 못해 안달이다.
노동부에서는 도급으로 위장해 실질적으론 파견과 같이 쓰는 이른바 불법파견 사용업체를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한다.그러나 이는 기업의 잘못이 아니라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게 만들어진 잘못된 파견법 때문이다.현재 우리나라의 파견법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26개 업무로 파견대상 업무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시장의 수요는 매우 다양한데 소수로 제한해 놓으니 이는 마치 큰길은 막아놓고 골목길로만 통행하라는 것과 같다.
그러니 편법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은가.
책임을 묻는다면 민간에 물을 것이 아니라 애초에 법을 잘못 만든 노동부가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는 비정규직을 부정하는 잘못된 정책을 남발하지 말고 우선 현실을 똑바로 보기 바란다. 민간은 정부보다 훨씬 똑똑하고 유연하다.정규직으로 해야 할 일과 비정규직으로 해야 할 일을 수시로 구분하고 조정한다.비정규직 사용 이유를 조사해보면'단순반복적인 일이나 정규직 업무에 맞지 않아서'란 답이 제일 많고 다음으로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라고 나온다.일의 성격이 다름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으며 정규직의 과도한 인건비가 비정규직 선호의 또 다른 이유가 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사용은 시장의 자유의사에 맡기고 간섭하지 말 일이다.
다만 차별이 있다면 시장기능에 의해 스스로 해소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정규직 해고가 가능하도록 해 똑똑한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sina@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