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대폰 제조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려 한 일당이 기술 해외판매 계약을 체결하기 직전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컴퓨터수사부(이창세 부장검사)는 첨단기술을 보유한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 A사 연구원들을 매수해 기술을 빼낸 혐의(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로 휴대폰 판매회사인 홍콩 Q사 부사장 조모씨(35)를 구속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은 또 조씨로부터 1인당 5천만원에서 1억2천만원씩을 받고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휴대폰 신모델 소프트웨어를 복제해 반출한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A사 연구원 출신 양모씨(32)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나머지 연구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작년 1월 휴대폰 제조회사를 해외에 차리기로 마음먹고 A사 영업담당 사원인 김모씨(35ㆍ구속)와 연구원 양씨 등을 만나 수천만원의 연봉과 스톡옵션 등을 제시하며 추가 이탈자를 모집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양씨 등은 같은해 1월부터 8월까지 동료 연구원들을 조씨에게 소개해 주고 A사 측에서 의심하지 않도록 순차적으로 퇴사, Q사 자회사의 연구소격인 C코리아에 차례로 입사했다. 조씨는 휴대폰 제조에 필요한 레이어(Layer) 프로토콜(Protocol)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등 3개 핵심 기술 영역 연구원들을 골고루 포섭하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양씨의 경우 A사에 입사할 당시부터 회사에서 학비를 보조받아 2002년에 박사학위까지 취득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배 연구원들을 유혹해 이번 사건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밝혀져 연구원들의 도덕 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번에 해외로 빼돌리려 한 A4용지 1백만장 분량의 자료는 유럽형이동통신(GSM)과 2.5세대유럽형이동통신(GPRS) 계열의 휴대폰 신종 모델 5종의 소프트 웨어로 A사가 2백6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개발한 기술 일체를 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국내 GSM/GPRS 휴대폰 제조기술이 외국에 비해 2∼3년 정도 앞서 있어 이 기술이 유출됐더라면 기술격차가 1∼2년으로 줄어들어 업계 추정치대로라면 휴대폰 제조기술 순환주기인 3년치 수출액 4조5천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세 부장검사는 "이번 사건은 해외 자본에 의해 기술유출을 시도한 최초의 사례로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