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의결권 축소시기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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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핵심인 금융회사 의결권 축소범위를 놓고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와 재정경제부 간에 물밑 줄다리기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재경부와 공정위는 내달 3일 차관회의에서 개정안을 최종 확정짓는다는 일정에는 일단 합의한 상태다.
◆'유예기간' 놓고 막판 줄다리기
두 부처는 일단 '3년에 걸쳐 의결권 행사범위를 15%까지 축소한다'는 데는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언제부터 의결권을 축소하느냐는 것.
공정위는 연내 의결권 행사 한도를 30%에서 15%로 곧바로 낮추려던 것을 '단계적 축소'로 양보한 만큼,시행 시기는 올해말이나 내년초로 최대한 앞당긴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재경부는 시장충격을 감안,내년 법 시행후 1년간 유예를 거쳐 2006년부터 3년간 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낮추는 안을 제시해 놓고 있다.
두 부처의 실무진은 일단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손을 뗀 상태다.
열린우리당 및 재계와의 조율을 통해 장관들이 최종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것.
◆전경련 '의결권 손대려면 출자규제 풀어라'
강경한 입장이었던 재경부는 점차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재경부 관계자는 "부처 협의 과정에서 재경부가 유예기간을 되도록 많이 주고,축소 폭도 단계적으로 늘리도록 요구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가 신기남 당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 등 '개혁파 투톱 체제'로 정리되면서 '반(反)개혁'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입조심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와 관련,강철규 공정위원장이 20일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만나기로 해 그 배경과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는 이같은 사태 전개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양금승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공정위가 당초 초안보다 안을 완화시킨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끝내 의결권 축소를 강행하려면 기업의 경영권 방어에 걸림돌이 되는 출자규제를 먼저 풀어줘 기업들이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의결권 제한
정부는 공정거래법을 통해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집단 소속 금융회사들은 계열사 주식을 아무리 많이 갖고 있어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금융회사 자산은 고객이 맡긴 돈이기 때문에 계열사 지배에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필요한 △정관 변경 △합병·영업 양수도 △임원 선임·면직 등 세 가지 안건에 한해서는 다른 계열사 지분을 합쳐 30%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