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20일 발표한 '국가별 무역투자환경 보고서'에서 한국의 쌀 등 농산물 수입관행을 비롯 공산품 등에 대한 국가표준(KS) 규격과 통신서비스 시장의 폐쇄성을 거론하는 등 강도높은 통상문제를 제기한 배경이 주목을 모은다. 특히 한국 정부의 쌀 수입제도와 관련, 국제적 관행을 언급하며 문제를 삼은 점이 눈길을 끈다. 한국과 진행중인 쌀시장 개방 재협상에서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 쌀시장 개방요구 거세질 듯 중국은 전세계 쌀 생산량의 31%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쌀 생산국이다. 중국은 쌀 품질이 미국 등 제3국에 뒤떨어지지 않으면서 가격경쟁력에서 월등하게 유리, 한국이 현재 주요 쌀수출국들과 벌이고 있는 양자간 시장개방 협상에서 최대의 '난적'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의 쌀 생산비는 1995∼2000년 평균으로 t당 80∼90달러로 미국 쌀 생산비의 절반에 못미치고 있다. 중국의 동북 3성을 중심으로 해외 자본과 도정시설이 많이 들어와 있어 쌀의 고품질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국은 지난 11일 한국 정부와 가진 1차 쌀협상에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의 '차별적인 쌀 수입관행'을 문제로 제기, 개방폭 확대를 요구하기 위한 단계적 압박작전에 들어간 것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비관세장벽 높다' 주장도 중국은 보고서에서 중국산 쌀수입과 관련한 대표적인 차별대우 관행으로 현미 수입시 불량미 함유율이 2%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다른 국가들이 6%를 적용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수입빗장을 최대한 닫아걸기 위한 비관세장벽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이에 대해 이재길 외교통상부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대사는 "현재 중국산 쌀 수입 전량이 의무수입물량(MMA)이고 이 물량은 국제 공개 입찰을 통해 배정되므로 원칙적으로 중국에만 차별적인 조건을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중국측 주장의 정확한 내용을 우선 파악한 뒤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또 쌀 옥수수 등 67개 농산물에 대한 수입쿼터제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농산물에 대한 고율 관세가 농산물 수출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농산물 시장 전반에 대한 개방폭 확대 등 통상압력 수위를 높여 나갈 것임을 예고했다. 통관과정도 문제삼았다. 일반 수입제품은 해당 물량의 3∼5%만을 샘플 테스트하는 방식으로 통관검사를 실시하는 반면 농산물의 샘플 테스트 비율은 20%로 높게 책정해 농산물 수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통신서비스 시장ㆍKS 규격도 '공격' 중국정부는 보고서에서 쌀 등 농산물 이외에 한국의 공업 통신서비스 법률, 심지어 교육시장의 폐쇄성까지 언급했다. 중국측이 양국간 교역에서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는 것과 관련, 농업분야 외에도 상황에 따라 어느 부문에서건 '통상 공격'을 가할 근거를 제시한 것인지 여부가 관심거리다. 예컨대 KS 제정 및 인증을 맡고 있는 표준협회가 자국업체의 요구에 따라 임의로 인증방식을 변경, 외국업체가 그만큼 불리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한국시장 진출비용의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기간통신사업체에 대한 외국인 지분 비율 제한과 교육 및 법률서비스 시장 개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외국인 투자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로 꼽았다. 아울러 한국의 무역관련 법률 제정 및 시행이 WTO에 사전통지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이 부분의 투명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ㆍ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