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기금 공론화 왜 나왔나 현대 기아 GM대우 쌍용 등 완성차 4사 노조는 순이익의 5%를 기금으로 조성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자동차산업 발전,하도급 노동자 임금격차 해소 등을 위해 쓰는 방안을 회사측에 제시했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노조가 총대를 메겠다는 뜻이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은 노사 공동기구에서 사용자 쪽과 논의해 빈민층 자녀를 위한 교육기금 등 다양한 활동에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당초 순이익의 5%를 회사측에서만 낼 것을 주장했다가 사회적으로 별다른 공감을 얻지 못하자 노조도 함께 출연하겠다는 수정안을 제시,일단 정부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김대환 장관은 이와 관련,"노조가 기금에 일정 부분 보탤 용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존의 성명전에서 탈피해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협상 가능성을 높여 주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특히 재계(사용자단체) 상층부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노사간 논의가 활발해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기금 조성 가능할까 사회공헌기금에 대해 정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난관도 만만치 않다. 노조는 지난해 자동차 4사 순이익의 5%(1천7백억원가량)를 기금으로 출연할 것을 제안한 상태다. 그러나 회사는 일단 경영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기금으로 출연할 경우 경영상 압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현재 이익이 났다고 기금을 출연하는 것은 장래를 대비해서라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노조 역시 근로자들을 설득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자동차 회사들은 순이익이 날 경우 근로자 성과급 30%,회사 30%,사내유보금 40% 등으로 분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5백10억원(이익금의 30%)이 기금으로 나갈 경우 노조원들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 노·사·정이 의견을 좁히더라도 노조원 동의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남아 있어 단위사업장 노사갈등에 새로운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방향 잡은 노동정책 기조 노사간 핵심 쟁점에 대해 정부가 잇따라 노조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참여정부가 분배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확실히 틀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직무 공백 상태에서 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들이 경제 침체가 지속되자 성장 우선을 주장해 성장과 분배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복귀하며 경제개혁에 나설 것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논쟁은 종지부를 찍었다. 고(高)유가에 중국 쇼크,미국 금리 인상설까지 겹쳐 나라 경제가 휘청거리지만 잘못된 구조는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함께 사는 사회를 건설해야 사회적 비용이 덜 든다고 강조한다. 김 장관은 그 동안 "사회가 안정을 찾으려면 계층간 격차를 줄여야 가능하다"며 "특히 비정규직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재계의 반발이 거세다. 개혁에 대한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개혁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헌재 경제 부총리 등 경제부처 장관들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반대해온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정부가 인위적인 개혁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노동시장을 왜곡시켜 나라 경제에 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