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회공헌기금 조성 공론화 논란] 정부 "분배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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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제안한 사회공헌기금 공론화에 대해 재계는 "경영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향후 커다란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가 그동안 재계가 반대해온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밀어붙인데 이어 또다시 사회공헌기금 조성 문제에 대해 노조의 제안을 지지함에 따라 현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가 분배쪽으로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계는 정부가 개혁 프로그램의 초점을 '노사문제'에 맞추며 분배쪽으로 기우는데 대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 사회공헌기금 공론화 왜 나왔나
현대 기아 GM대우 쌍용 등 완성차 4사 노조는 순이익의 5%(1천7백억원가량)를 기금으로 조성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자동차산업 발전, 하도급 노동자 임금격차 해소 등을 위해 쓰는 방안을 회사측에 제시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은 사회공헌기금이 조성될 경우 회사측과 논의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활동에 쓰자는 구체적 사용방안까지 제시했다.
노조는 당초 회사측에만 순이익의 5%를 사회공헌기금으로 낼 것을 주장했다가 사회적으로 공감을 얻지 못하자 노조도 자신들의 성과급 중 일부를 출연하겠다는 수정안을 제시, 일단 정부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김대환 장관은 이와 관련, "노조가 기금에 일정 부분 보탤 용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존의 성명전에서 탈피해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협상 가능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특히 재계(사용자단체) 상층부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노사간 논의가 활발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 기금 조성 가능할까
사회공헌기금에 대해 정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난관도 많다.
무엇보다 경영권 침해를 이유로 회사측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이익을 기금으로 출연할 경우 경영상 압박이 불가피하다는게 이유다.
특히 세계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현재 이익이 난다고 이를 기금으로 내놓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노조 역시 노조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자동차 회사들은 연말결산이후 순익규모에 따라 상당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들이 자기 몫을 포기하고 이를 기금으로 내놓을지 미지수인 것이다.
자칫 노조원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 노ㆍ사ㆍ정이 의견을 좁히더라도 노조원 동의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남아 있어 단위사업장 노사갈등에 새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 노동정책도 분배 중심으로
노사간 핵심 쟁점에 대해 정부가 잇따라 노조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참여정부가 분배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확실히 틀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탄핵사태로 인한 노무현 대통령 '부재시' 재경부 등 경제부처간에 일었던 성장과 분배를 둘러싼 논쟁이 이번 대통령의 복귀를 계기로 경제개혁 및 분배 우선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분석된다.
고(高)유가에 중국 쇼크, 미국 금리 인상설까지 겹쳐 나라 경제가 휘청거리지만 잘못된 구조는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함께 사는 사회를 건설해야 사회적 비용이 덜 든다고 강조한다.
김 장관은 그동안 "사회가 안정을 찾으려면 계층간 격차를 줄여야 가능하다"며 "특히 비정규직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재계의 반발이 거세다.
개혁에 대한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개혁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헌재 경제 부총리 등 경제부처 장관들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반대해온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정부가 인위적인 개혁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노동시장을 왜곡시켜 나라 경제에 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