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0일 최근 여권에서 총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개혁문제와 관련,"쉽게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개혁하고,이견이 있는 것은 시간을 두고 해결해 나가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20일 저녁 직무 복귀 후 처음으로 열린우리당 신·구 지도부 17명을 청와대로 초청,만찬을 함께 하면서 "앞으로 제도개혁 등에 힘써 나가겠다"는 신기남 의장의 말에 대해 이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열린우리당은 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언론과 경제부문 등에 대한 개혁을 본격화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노 대통령의 개혁 관련 발언에 대해 만찬에 배석한 윤태영 대변인은 "정치개혁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앞서 경제부문에 대해서도 "시장개혁의 구체적인 추진 일정은 재계 의견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어 개혁을 추진하되 '속도조절론'을 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17대 국회의 초선비율을 화제로 올리면서 "엄청난 변화가 기대된다"고 말해 지속적인 개혁 추진 의지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입당원서를 작성, 열린우리당에 공식 입당했다. 이로써 노 대통령은 지난해 9월29일 민주당을 탈당한 지 7개월여 만에 다시 당적을 갖게 돼 열린우리당뿐만 아니라 정치권 및 행정부처 운영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입당은 했지만 노 대통령은 '수석당원'으로 명예직에 머물 계획이다. 당직 인선이나 당권 경쟁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은 채 정치문제는 전적으로 당에 맡기고 자신은 장기 정책과제와 정부혁신,사회 각 부문의 부조리 청산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노 대통령은 당정협의 필요성을 건의받고 "제가 총재가 아니지만 의사소통은 더 활발하게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오랫동안 중단돼온 고위급 당정회의에 대해서도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이 참여하는 고위당정협의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하겠다"고 말해 조만간 부활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대통령과 당 의장간 주례회동에 대해서는 총재가 아니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지역구도 해소 문제를 언급하면서 "당력이 약한 지역에는 정책적으로 의견수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그 지역의 인재를 중히 쓰고 전면에 내세워 열린우리당이 전국적인 당 규모를 갖추게 배려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남지사 출신인 김혁규 상임중앙위원을 총리 후보로 지명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개각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총리나 비서실장과 상의도 못했다"며 "언론에서 (시기를) 당기라고 압력을 넣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원순·박해영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