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다양한 소설이론을 한국소설로 검증하고 분석한 이론서가 출간됐다. 문학평론가 조남현(56)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가 펴낸 「소설신론」(서울대출판부 刊)은 문학계에서 오랫동안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우리 문학을 마음대로 재단하는 잣대로 활용돼온 서구의 소설이론을 우리 실정에 맞게, 한국의 문학작품으로 재해석했다. 저자는 삼십대 중반이던 1982년 서구의 소설이론을 집약한 「소설원론」을 출간, 소설분야의 개론서가 없던 국내 문학계에서 주목받았다. 「소설신론」은 서구의 이론을 꼼꼼히 소개하는데 그쳤던 「소설원론」을 한국소설을 예문으로 풍부하게 제시하며, 중진학자의 원숙해진 시각으로 새롭게 쓴 것이다. 책은 중국과 한국의 고전소설을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서사장르론' '서사구조론' '소설유형론' '주제론' '작중인물론' '플롯론' '문체론' '작가 본질론' '독자본질론' 등 서구의 주요 소설이론을 빠짐없이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게오르그 루카치와 테리 이글턴 등 서구 학자들이 펼친 소설주제의 '이데올로기 이론'을 황석영의 소설 「손님」으로 분석하는가 하면, 어떤 동작과 상태를 제대로 표현하고 묘사할 수 있는 단어는 오직 한 개 밖에 없다고 주장한 모파상의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에 근접한 작가로 현진건을 꼽기도 했다. 저자는 루이스 T. 밀릭이 산문의 문체가 지녀야할 요건으로 제시했던 '간결성' '정확성' '명료성' '정밀성'을 갖춘 한국작가로 최서해, 이태준, 이효석, 황순원, 김원일, 조정래, 조세희, 오정희, 신경숙 등을 예로 들었다. 자연주의 작가 에밀 졸라가 주장했던 '장엄한 문체'를 구사한 작품으로는 홍명희의 「임꺽정」, 이문열의「금시조」, 조정래의 「태백산맥」 등을 제시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서양의 특정 이론을 방법론으로 내세워 한국소설을 분석하거나 해석하는 논문들 중 상당수가 이론에 압도되거나 이론마저 곡해하고 있다"면서 "우리 명작에서 세계적 이론의 대열에 들어갈 수 있는 이론을 도출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이 책의 집필동기를 밝혔다. 416쪽. 1만2천원.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