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中原경제권'을 가다] (下) 내륙시장 공략에 최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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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훠다오 우한훠(貨到武漢活,물건이 우한에 오면 살아 움직인다)'
중국 중원(中原) 경제권의 핵심인 후베이성의 성도 우한시에서는 중국 내륙 최대 도매시장의 자부심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
이성배 코트라 우한관장은 "9개성과 연결된 내륙교통의 요충지라는 점에서 미국의 시카고에 비유된다"고 말했다.
인근 후난성의 성도 창사시는 성 정부가 소재한 중국의 도시 가운데 GDP(국내총생산)규모는 14위지만 1인당 소비 지출액은 3위에 오를 만큼 소비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한국기업들은 그동안 중원경제권에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1백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중국 중서부 지역의 최대 외자밀집지로 꼽히는 후베이성의 경우 한국이 투자한 자본은 2천5백만달러 수준이다.
◆내륙시장 공략에 유리=이동우 대우종합기계 우한 지사장은 우한에 대해 "현지에서 원자재를 조달해 내륙시장을 공략하려는 기업에 적합한 투자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코카콜라 버드와이저 등 제품의 부피와 물류비용이 큰 다국적기업들이 진출한 것도 이같은 입지여건을 간파해서다.
필립스 지멘스 NEC 등도 우한에 판매본부를 두고 있다.
창사 최대 기업인 LG필립스디스플레이의 중국합작법인은 TV용 브라운관의 80%를 하이얼 등 중국 현지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후베이와 후난은 노동력의 질이 좋은 것도 이점으로 꼽힌다.
창사의 경우 양면자수가 특산품일 만큼 현지인들의 손재주가 좋다는 것이다.
LG필립스디스플레이 창사법인 관계자는 "원가경쟁력이 한국보다 10배 정도 높다"고 전했다.
1년마다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노동의 유연성은 동부연안의 상하이 등과 같지만 인건비는 절반 수준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76개 대학이 몰려 있는 후베이성도 중국에서 정보기술(IT) 인재들이 3번째로 많은 곳"(인한닝 후베이성 상무청장)이다.
◆농축산물과 광통신 관련 업종이 유망=후베이와 후난은 물이 많아 중국의 대표적인 농업지대라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농기계 업체인 아세아종합기계의 김선일 회장은 "3백만달러를 들여 우한에 이앙기 등을 생산할 공장을 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후난성의 허통신 부성장은 "6천만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귤 생산량이 중국내 2위에 이른다"며 "농축산품의 가공업이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미생물연구소가 중국업체와 후베이성에 동물용 백신 생산공장을 짓기로 합의한 것도 인접 성들이 중국내 축산물의 3분의 2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중국은 전세계 축산물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중앙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한은 중앙정부가 승인한 중국 1호 광통신 밸리가 있는 곳이다.
군사통신 시스템 연구가 활발한 이 지역 특색을 중앙정부가 인정한 것이다.
◆수출기업에는 투자여건 안좋아=우한 경제개발구에서 음용수관을 생산하는 한국의 우신기계 관계자는 "태평양과 인접한 상하이에서 우한까지 선박을 이용한 운송료가 40피트 컨테이너 기준으로 6백달러인데다 부대비용이 더 붙고 5~6일이 걸린다"며 "해외 원자재를 사용해야 하는 기업이나 수출기업에는 투자 여건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칭다오로 가는 것보다 운임이 훨씬 비싸다는 것이다.
창사에 전자부품 공장을 세운 한국의 중견기업 관계자는 "전기료를 20% 할인해 주겠다는 약속을 지방정부가 지키지 않고 있다"며 "하부조직의 일처리가 동부연안에 비해 매끄럽지 못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올초 중국 중앙정부가 '중부 쥐에치(中部山屈起,중부를 우뚝 세운다)' 전략을 수립했지만 중원경제권에 대한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라는 얘기다.
우한(후베이),창사(후난)=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