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와 재계를 뒤흔들었던 불법 대선자금 수사는 수많은 정치인과 대통령 측근들을 구속 수감한 수사성과 못지않게 많은 뒷얘기들을 남겼다. 먼저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을 비롯 최강 '드림팀'으로 구성된 수사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작년 11월 초 대선자금 전면 수사를 선포하면서 '재계의 저승사자'로 통하는 이인규 원주지청장을 불러들이는 등 검사 20명,수사관 80명 등으로 수사팀을 구성해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진행해왔다. 이번 수사를 통해 역대 어느 중수부장보다 유명세를 탄 안 부장은 주위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 반드시 모자를 쓰는 등 '변장'을 하고 외출해야 했다. 또한 SK 수사 등을 맡으며 특유의 저돌성을 발휘한 남기춘 중수1과장은 숙식을 거의 조사실 내에서 해결하다 체중이 10㎏ 늘기도 했다. 수사팀의 어려웠던 점들도 속속 공개됐다. 안 부장은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이 불법자금 수수와 무관치 않다는 정황이 나왔을 때"라고 말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던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수사기간 내내 형평성 시비 등 정치권의 공세나 17대 총선,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등도 수사가 장기화되는 데 한몫했다고 털어놓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한나라당측 핵심 인물인 서정우 변호사가 긴급체포 전에 해외로 도주했다면 지금과 같은 성과를 내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정치권에 제공한 채권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명동의 사채시장을 뒤지다 출처 불명의 괴자금을 포착,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를 재개하는 단서가 되기도 했다. 검찰이 명동 사채시장을 샅샅이 뒤지는 저인망 수사를 펼쳐 한동안 명동 사채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던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또한 검찰이 수사가 진행 중인 사항이 공개되지 않도록 출입기자들 휴대폰 통화내역을 조회하다 발각되기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