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성장률 5.3%] 수출 '외끌이' … 성장탄력은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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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5.3%를 기록했지만 향후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전분기 대비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데다 내수소비와 설비투자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이 홀로 경제를 이끄는 '외끌이 성장세' 만으로는 중국의 긴축정책,고유가,미국의 조기 금리인상이라는 3대 대외 악재를 헤쳐나가기 힘들 것으로 전망돼 올해 성장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수출로 버티는 외끌이 성장
1·4분기 5.3% 성장률은 당초 예상치(5% 안팎)를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내용면에서는 수출신장 및 이에 따른 제조업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음이 확인됐다.
수출의 성장 기여율은 1백4.9%로 작년 2·4분기 이후 4분기 연속(1년간) 1백%를 넘어섰다.
1·4분기 26.9% 늘어난 수출로만 성장률을 5%대로 밀어올린 셈이다.
반면 내수의 성장기여율은 마이너스 4.9%로 오히려 경제의 발목을 잡은 꼴이다.
민간 소비지출이 1.4% 감소하면서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성장의 주요 엔진인 설비투자도 0.3% 줄어 역시 4분기째 뒷걸음질쳤다.
또한 내수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건설투자는 4.1% 늘긴 했지만 전분기와 비교하면 마이너스 1.3%로 9분기 만에 감소세로 반전,건설경기 침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올해 5%대 성장 가능할까
1·4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계절변동 조정) 0.8%에 그치자 올해 5% 성장을 낙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관측은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작년 1·4분기 마이너스 0.3%,2·4분기 마이너스 0.1%,3·4분기 1.6%,4·4분기 2.7%로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다 크게 꺾였기 때문이다.
지표와 체감경기 모두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을 불허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2·4분기 외부요인은 더욱 심각해 보인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올해 5% 성장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이 5%대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출이 계속 잘되고 내수와 설비가 살아나야 하지만 외부의 변수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긴축정책과 미국 금리인상설도 수출에 부담이지만 박승 한은 총재가 지적했듯이 고유가가 경제 회복에 가장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비투자와 내수가 회복되지 않으면 5% 성장은 달성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안용성 한은 국민소득팀장은 "설비투자가 작년 동기보다 0.3% 줄었지만 기계류는 5.5%가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지나친 비관을 경계했다.
◆한국만 성장 대열서 이탈하나
일각에선 경제위기론이 과장됐다는 주장도 있지만 세계 경제의 회복세를 감안하면 현 경기상황은 상당히 심각하다는 게 중론이다.
경제위기 과장론의 근거는 최근 수년의 경기침체가 싱가포르 태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1·4분기 다른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성장률(전년동기비)은 △중국 9.8% △싱가포르 7.5% △대만 6.3%에 이르고 있다.
미국 일본도 1·4분기 성장률이 연율 기준으로 각각 4.2%,5.6%를 기록했다.
한국의 전분기 대비 0.8% 성장은 연율로 환산하면 3.2% 정도에 불과해 한국 경제가 세계적인 경제 회복의 흐름을 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