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간 자금흐름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국제간 자금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유태계 자금과 화인(華人)자금,엔화 자금,유럽계 자금 그리고 중동의 오일 머니 등이다. 제1선 자금은 유태계 자금이다. 전통적으로 유태계 자금은 투기성이 강해 공격적으로 투자대상을 선택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경기와 투자위험에 따라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flight to quality)와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resort to risk) 경향이 뚜렷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달 들어서는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경향이 심해지고 있는 점이다. 여러 요인 가운데 중동정세 불안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와 세계경기가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정점론'에 대비하는 성격이 강하다. 갈수록 국제금융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자금이 화인자본이다. 규모로 따진다면 이제는 유태계 자금 다음으로 많다. 다른 자금과 달리 화인자본은 귀속(autarchy)성향이 강해 국제화교협회와 세계화상대회와 연관이 있어야 쉽게 조달할 수 있다. 올해 들어서는 귀속성향이 더 강해져 해외투자된 화인자본들의 중국내로 환류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화인경제권도 급진전되고 있다. 오랫동안 흑자를 보이던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과열경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긴축'으로 경제정책의 대전환이 모색되는 것에 따른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아시아 기업들의 자금원으로 꾸준한 역할을 담당해 오고 것이 엔화 자금이다. 특히 국내기업들은 '제로' 수준에 가까운 일본 금리와 엔화 가치의 약세를 바탕으로 외환위기 이후 대금업 등을 통해 엔화 자금을 많이 활용해 왔다. 최근 들어서는 자금조달원으로 엔화 자금의 매력이 줄어들고 있다. 일본경기 회복세에 따라 금리와 엔화 가치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져 원리금 상황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투자측면에서 매력이 커져 사무라이 본드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유럽계 자금들은 비교적 안정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세계 경기가 정점에 도달하면서 성장률의 동조화 현상에 따라 매력적인 투자처가 부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태계 자금과 달리 유럽계 자금들은 세계 각국의 경기와 기업실적과 같은 기초여건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투자하는 자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브릭스(BRICs) 국가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은 앞으로 세계경제의 판도변화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중동의 오일 머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국제사채시장의 주자금 공급원이었던 오일 머니는 90년대 이후 제도금융권으로 활동영역을 넓혀 왔으나 기대했던 만큼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동 내로 환류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그만큼 중동국가들의 재정사정이 악화돼 해외에 투자할 여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요즘 주요 국제자금들의 성향을 보면 우리 경제와 국내기업들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투자대상으로는 주식보다는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이 유망하고 국내기업들은 엔화 차입비중을 줄여나가야 한다. 정책적으로도 내년에 서울에서 예정된 세계화상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급변하고 있는 국제간의 자금흐름을 잘 탈 수 있는 방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