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주회사규제의 혼란 .. 全三鉉 <숭실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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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증시는 외국인의 소량 매도에도 놀라 주가가 5% 이상 급락하는 현상을 반복하고 있다.
그 원인은 취약한 우리 금융시장 구조와 과도하게 높은 증시의 해외 의존도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지적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사의 주식 37%만 있으면 국내 상장기업 전체의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다고 발표한 조사자료나 외국인 지분이 40%를 넘는 현실을 고려해 볼 때에 더욱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정부는 국내 자본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지주회사 규제와 관련한 정부 정책을 보면 이러한 현실적 요구보다는 개혁이라는 이름 하에 포퓰리즘에 입각한 경제정책의 실험만 계속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우리나라는 1986년 독점규제법을 개정하면서 대기업들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자 하는 취지로 순수지주회사의 설립 및 전환을 금지시킨 바 있다.
그러나 1999년 규모와 범위의 경제구현이라는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기 위해 순수지주회사의 설립 및 전환을 엄격한 요건 하에서 허용하고,2000년에는 금융지주회사법을 제정해 금융회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한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정부정책은 선진 각국이 기업들에 보다 광범위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규모의 경제효과를 누리도록 하는 것과는 달리 정부 주도 하에 규제의 형식을 빌려 규모의 경제효과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규모경제 효과란 국내 자본의 투자 활성화와는 그 본질을 달리한다고 할 수 있다.
즉 규모의 경제란 자율적인 투자가 보장될 때 실현될 수 있는 경제적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 주도의 규모경제란 결국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그 효율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국내 투자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최근 발생한 LG카드 사태와 삼성에버랜드 사건을 통해 더욱 명백해 졌다고 볼 수 있다.
LG그룹은 2003년 6월 10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그러나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한 현행 규정 때문에 결국 LG카드가 지주회사에 편입되지 못해 부실화됐고 결국 국책은행이 이를 인수했다.
또한 금년 4월에는 놀이공원을 고유사업으로 하는 삼성에버랜드가 자회사인 삼성생명의 주가 상승으로 예기치도 못한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게 돼 놀이공원사업자가 갑자기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된 바 있다.
결국 삼성에버랜드는 정부 주도의 지주회사정책 때문에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에 입각해 기존 일반자회사들의 주식을 전면 저가로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더욱이 최근에는 여당이 재벌들의 금융회사 주식소유를 15%까지 제한해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를 더욱 엄격히 하겠다는 입법예고도 한 바 있다.
역사적으로 따져볼 때 정부가 경제현실보다 이념과 포퓰리즘에 우선 순위를 두는 경우 국가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하다는 것은 남미나 인도 유럽 등의 사례를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금융시장의 취약함과 증시의 과도한 해외 의존도로 인해 지속적으로 국내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주회사 제도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제한하는 것은 결국 포퓰리즘에 입각한 경제정책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엄연히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전환신고는 기업의 자율적 신고사항이며 금융지주회사로의 전환은 금융감독위원회의 인가사항이다.
이러한 법 원칙을 무시한 지주회사 전환의 강제 및 규제는 우리 금융시장을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부디 현 정부와 여당은 우리 경제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에 상응하는 효율적이고 실행력 있는 경제정책을 수립해 이를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