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도 신뢰,둘째도 신뢰입니다." 1804년 창업,일본 상장 건설회사 중 최고 역사를 자랑하는 시미즈건설에서 근무하는 유일한 한국인 건축사인 임백원씨(46)는 "기업이 장기간 존속하고 성장하려면 고객은 물론 회사 내부 종업원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조2천5백억엔 (약 13조원)의 매출을 거둔 시미즈건설은 외형에서도 일본 최대 건설업체다. 임씨는 인하대 공대를 졸업한 뒤 1985년 도쿄대로 유학,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 중 건축 현장에 뛰어들었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집무실로 쓰던 건물을 98년 재개발한 제일생명보험 본사 공사 때는 현장 감독을 맡았으며,2년 전부터 연간 2천억엔 가량의 자재를 구매하는 해외조달 실무를 맡고 있다. 임씨는 "일본 기업의 힘은 개인이 아닌 조직을 통해 나오기 때문에 매뉴얼에 따른 원칙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력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외국인을 쓰지 않는 시미즈건설에서 뿌리를 내린 것도 1급건축사 건축시공관리사 노무관리사 건물관리사 등 국가자격증을 20여개나 보유할 정도로 실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임씨는 "한국 건설회사의 경영자들은 건축을 모르는 사람이 많고,실무자들도 현장경험이 부족해 기술력에서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시미즈건설의 경우 임원이 되려면 반드시 현장을 거쳐야 하며 최고경영자는 거의 건축을 전공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회사 경영진이나 사원들이 일로써 평가를 해주기 때문에 만족한다"며 "일본 직원들은 60세 정년까지 회사에서 보장을 해주기 때문에 집보다도 더 회사를 중요시하며,가족 이상으로 끈끈한 게 회사 경쟁력의 밑바탕이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