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와 할인점의 가격 갈등은 할인점간 '최저가격 보상제' 경쟁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저가격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체에서 그만큼 싸게 제품을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까르푸와 CJ의 대립도 최근 까르푸가 최저가격 보상제를 고객들에게 강조하면서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최저가격 보상제란 다른 할인점에서 같은 용량의 똑같은 품목이 더 싸게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가 신고하면 보상해주는 제도다. 신세계 이마트가 1997년 도입, 벌써 7년째 이어지고 있는 마케팅 기법이다. 처음에는 차액의 2배를 보상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가격차가 기껏해야 몇십원에 불과할 정도인 데다 똑같은 품목을 하나씩 비교하기도 쉽지 않아 최근에는 신고하는 소비자가 거의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롯데마트가 '최저가격 10배 보상제'를 도입, 최저가격 경쟁이 다시 불붙기도 했지만 보상금을 노린 파파라치 때문에 5개월 만에 문패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까르푸는 신규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저가격 보상제는 제조업체들로 하여금 포장은 같지만 용량이 적은 제품을 내놓게 하기도 한다. 할인점의 '최저가격'에 맞추기 위해 기존 제품보다 용량이 작거나 성분과 함량, 품질 등에서 차이가 나는 제품을 공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들에게는 '보상금'이나 '같은 품질의 저렴한 제품'이라는 혜택은 거의 돌아가지 않고 제조업체들에 가격 인하 부담만 전가된다. 할인점에 납품을 많이 하는 식품업체들의 단체인 식품공업협회는 지난달 중순 '최저가격 보상제'의 문제점에 대한 세미나를 열어 유통업체들의 횡포를 방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